'제가 도와드려도 괜찮을까요'와 '제가 도와드릴게요'의 미묘한 차이
도움에 대한 글을 쓰면서 잠깐 검색하다가 뉴스 페퍼민트의 흥미로운 칼럼이 있어 여기 살짝 공유해 본다. 일명 <도움을 요청할 때 해서는 안 되는 말들>인데, 소제목들만 대략 나열해 보자면 이렇다.
공감 악용하기
지나치게 사과하기
책임 회피하기
상대가 얼마나 즐겁게 도와줄 수 있는지 강조하기
도움을 아주 작고 사소한 부탁처럼 만들어 버리기
도움을 준 사실 상기시키기
상대의 도움이 얼마나 유익한지 이야기하기
힘든 부탁도 어렵지 않게 하기
맙소사 '상대가 얼마나 즐겁게 도와줄 수 있는지 강조하기'라니 읽다가 헛웃음이 나왔는데, 은근히 이런 경우를 본 것 같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으로 나조차 누군가에게 부탁을 할 때 이런 방식을 쓰고 있지는 않았나 새삼 돌아보기도 했고 말이다.
사실 도움이라는 것도 어느 정도 무거움이냐에 따라 도움으로 볼 건지 호의로 볼 건지 그 정도가 다르기는 하겠지만, 내가 도움을 요청하는 경우를 보았을 때는 위의 예시와 조금 다르다. 이를테면 '저 부탁이 있는데, 이것 좀 해주실 수 있으세요?'가 아니라 나는 주로 '저 부탁인데 이것 좀 저한테 안 해주시면 안 될까요?'와 같은 부탁(도움이랑은 조금 다른가)을 하곤 하니까. 이게 언뜻 보면 말장난 같기도 한데, 그러니까 나는 나에게 도움을 주지 않는 것이 오히려 나에게 도움을 주는 것이라는 거다. 꽉 막힌 사람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나는 '원치 않는 호의'를 굉장히 싫아하는 사람이다. 자기만족에 취한 도움은 하나도 달갑지가 않다(진짜 괜찮다는 데 왜 그러는 거야 진짜). 연애를 할 때도 상대에게 주로 하는 말은 '나 이것 좀 해주면 안 돼?'가 아니라, '나한테 이것 좀 안 하면 안 돼? 내가 알아서 할게'다 보니 상대방의 서운함은 오롯이 내 몫이었다. 그래서 이 부분이 잘 맞는 상대를 만나는 것도 나에게는 무척 중요한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시쳇말로 오지랖 부리지 않는 상대 말이다. 솔직함과 무례함도 한 끗 차이로 그 의미가 퇴색되듯 도움과 오지랖도 한 끗 차이로 자기만족에서 오는 생색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조금 다른 예시로 사회적 약자(라고 불려지는 분들)를 대하는 태도도 이와 비슷할 때가 있다. 내가 장애인(우리가 마주친 많은 사람은 장애인에게 장애인이라는 말을 사용하는 것을 실례라고 생각한다. 그 마음 안에는 장애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 김도요, 우리도 아파트에 삽니다 중) 재단에서 근무할 당시에도 그곳에 계신 분들을 도와드리려다 되레 거절당한 적이 꽤 여러 번 있었다. 휠체어에서 다리를 옮기려다 넘어지셔서 도와드리려 했던 것인데, "선생님, 저 혼자 할 수 있어요."라고 단호하게 말씀하시는 바람에 도움을 드리려던 내 손이 민망해졌다. 어쩌면 나의 모습이 그분을 동정하는 것이라 여기셨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 죄송한 마음이 올라왔다. 누군가를 향한 도움의 손길이 동정의 손길로 닿지 않게 살피지 못한 나의 잘못이라 생각한다.
낡은 언어들과 작별하기 위해 스스로를 '프로불편러'라 자청하는 박슬기 기자의 <그런 말은 전혀 괜찮지 않습니다>에서도 장애를 가진 신체는 열등한 것도 결함도 아니라고 말한다. 흔히 장애인을 동정 및 연민의 대상으로 묘사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녀는 장애 극복 서사에 담긴 혐오와 신성시를 모두 거절한다고 말한다.
어디까지가 적절한 도움일까.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과 도움을 요청받는 사람 중 나는 어느 쪽에 더 속하는 사람일까. 기버와 테이커처럼 사람에 따라 그 정도가 달라지는 것일까. 내가 그동안 도움이라고 생각하고 누군가를 향해 뻗었던 손들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본다. 어떤 의미로는 기부도 이와 비슷하게 여겨진다. '내가 도와주겠다는데!'의 마음으로 하는 기부라면 그 기부는 도움일까, 생색일까. 그것도 아니면 자기만족에서 오는 합리화일까. 나도 소액이지만 매달 기부를 하고 있음에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선뜻 뭐라 답하기 조심스럽다. 어쩌면 내가 하는 기부도 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누군가를 도울 수 있는 괜찮은 사람이라는 생각에서 나오는 스스로의 만족은 아니었을까.
요즘은 세상이 워낙 흉흉하다 보니 길거리에서 도움이 필요해 보이는 낯선 상대를 도우려다가도 망설여질 때가 있다. 행여나 괜한 일에 휘말리는 건 아닐까 싶어 가만히 손을 내려놓는다. 혹은 나의 도움이 그 사람에게 필요하지 않는 호의일 수 있어 머뭇거림이 많아진다. 그러다 그냥 지나쳐버리곤 하는데, 그때의 발걸음은 꽤나 무겁다.
얼마 전에도 지하철 계단에 주저앉아 있는 어떤 여자분과 그 옆에서 어딘가로 다급하게 전화하는 남자분을 봤는데, 이 두 사람이 커플인지 아니면 남자분이 여자분에게 도움을 주고 있는 상황인지 알 수 없어 계속 곁눈질만 하다 결국 지나쳤다. 전후 사정을 알 수 없는 일방적인 도움은 그 상대가 도움을 필요로 하는지를 정확히 모르니 늘 조심스럽다. 그때도 그 두 사람을 지나치면서 마음이 편치 않았는데, 혹시라도 남자가 여자를 때린 거면 어쩌지라는 생각에 한동안 마음이 불편했지만 이렇다 할 행동을 취할 수 없다는 게 더 불편했다. 다시 한번 생각이 많아진다. 도움의 적정선이란 어디까지일까.
아니, 애초에 그게 도움이 맞기는 한 걸까. 오지랖은 아니고?
휴-
요즘 글을 쓰다 보면 자꾸 처음 쓰려던 주제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게 되는 것 같다. 오늘도 이런 주제로 글을 쓰려던 게 아니었는데 쓰다 보니 왜 또 이쪽으로... 글쓰기는 정말 알다가도 영역이다. 특히 요즘의 나는 부쩍 또 생각이 많아져있다. 많아진 생각들을 글로 풀어내려다 보니 자꾸 꼬이고 엉키고 정리되지 않은 말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쏟아져 나오기도 한다. 바로 오늘처럼.
아 나는 참 하고 싶은 말, 아니 쓰고 싶은 글이 많은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