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지독하게 외로운 시간이 있다

by 내민해

그런 날들이 있다. 외로움이 지독하게 차오르는 날들.

흔히 혼자만의 시간을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하면 외로움의 감정을 모를 거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나에게도 그런 시간들은 종종 찾아온다. 이 시간의 마음속 헛헛함을 누군가 채워줄 수 있느냐고 묻는다면 딱히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일 수도 있겠다. 아 어쩌면 그래서 내가 혼자만의 시간을 그토록 필요로 하는지도 모르겠다. 어차피 곁에 있는 그 누구도 나의 이 외로움을 채울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에.


집으로 향하는 길에 비가 와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울고 있는 나의 모습이 우산 속에 가려졌기 때문이다. 이유를 알 수 없는 외로움과 공허한 감정들이 한번 차오르기 시작하자 눈물이 멈추질 않아 청승맞은 내 얼굴을 우산으로 가린 채 젖은 길을 꾹꾹 밟아가며 집으로 향했다. 연애를 한다고 내 곁에 누군가 있다고 이 감정이 해소된 적은 없었다. 내 기저에는 외로움을 비롯한 알 수 없는 고독이 늘 존재했고, 그 감정이 차오를 때면 애써 나를 억누르며 다독이곤 했다. 아직은 살아야 할 이유가 더 많은 세상이라고.


오늘의 외로운 감정이 어디서 비롯된 것인가를 곰곰이 생각하다 문득 사랑의 감정을 떠올렸다.


보통 사랑이 어떻게 시작되더라. 곰곰이 생각해본다. 상대에게서 나와 닮은 점을 찾게 되면 동질감을 느끼며 반가워지기 시작하고, 다른 면들을 발견하면 설렘과 동시에 두근거림을 느낀다. 좋아하는 것들을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상대도 좋았지만 나와 다른 상대의 모습들을 보면서 그 사람의 세계는 어떤 곳일까를 가만히 상상해보는 것도 내 삶의 또 다른 행복이었다.


그렇다면 나는 나와 닮은 사람과 나와 다른 사람 중 어떤 사람에게 더 매력을 느끼는 사람일까.

사실 아직도 잘 모르겠다.


나와 다른 상대의 모습이 처음에는 매력이 되어 끌리기 시작하다 관계가 깊어지면서 도리어 단점으로 변질되는 순간들이 있기 때문인지도. 달라서 호기심이 생겼던 그의 면면들이 낯섦을 넘어 부족한 나의 이해력으로 오해가 되어 점철되는 순간들. 괜찮았던 상대의 모습들을 어느 순간부터는 견뎌내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할 때, 이 사랑이 과연 잘 가고 있는 것인가 생각이 많아진다.


내밀한 관계로 접어들수록 알게 되는 또 다른 한 가지는 상대의 연약함이다. 주변 환경의 모든 자극들에 취약한 나와 달리 어떤 상황에도 강인할 것만 같았던 상대가 실은 나와 크게 다르지 않은 연약함을 지녔다는 사실이 피부로 서서히 느껴지는 순간들이 찾아온다. 우리는 인간이기에 누구나 자신만 알고 있는 약점이 있음에도 내밀한 관계가 아닌 이상 그 점을 깊이 알지 못한다. 하지만 만남의 횟수가 늘어가고 상대를 더 깊이 알아가면서 비로소 내가 몰랐던 상대의 연약함들이 하나둘 눈에 보이기 시작한다. 그때의 나는 상대를 어떤 눈으로 바라보게 되는가. 더 사랑하게 되는가, 아니면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인가를 고민하게 되는가.


아니 나는 애초에 무엇을 기대했을까. 상대의 강인함에 편승하고 싶었던 것일까. 일상에서 늘 불안감을 안고 살아가는 나의 위태로운 모습들을 상대가 치유해주기를, 든든한 기둥이 되어주기를 맹목적으로 바랐던 것은 아닐까. 그랬기 때문에 상대의 연약한 모습이 나의 연약함을 충족시켜주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깨닫고 나면 비로소 다시 외로움의 감정이 차올랐던 것일까. 지독한 공허함에 빠져들기 시작하면서 끝도 없는 구덩이로 나를 밀어 넣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아직도 나는 이 감정의 이유를 잘 모르겠다. 세상에 나 홀로 서있는 이 외로움, 고독함, 공허함 등의 복합적인 감정들 말이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