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저는 혼자 하는 운동을 좋아해요
2022년 카타르 월드컵의 열기가 한창이다. 특히 이번 월드컵은 기대 밖의 지역이었던 아시아 팀들의 선전이 더욱 눈길을 끌면서 흥미를 더해가고 있다. 우리나라의 세 번째 경기인 포르투갈전도 이제 곧 시작된다. 2점차 이상으로 승리해야만 16강 진출 가능성이 열린다고 하는데 과연 어떤 결과를 맞이하게 될지 궁금해진다.
나는 정말 축구를 하고 싶었다. 하지만 사람들이랑 같이 하는 것은 두렵고 싫었다. 축구는 대체 왜 팀 스포츠인가. 한 팀에 열한 명이라니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여 할 필요가 있을까. 난 이런 성격인 주제에 왜 하필 축구를 좋아하는 걸까.
<우아하고 호쾌한 여자 축구> 김혼비
이 책의 저자인 김혼비 작가는 오랜 시간 축구를 좋아하던 중 보는 것에만 만족하지 못하고 여자축구팀에 덜컥 가입하게 된다. 본인을 초개인주의자라고 줄기차게 주장하며 낯을 가리던 그녀는 어쩌다 보니 축구팀의 어엿한 일원이 되어버린다. 이제는 계속 축구하고 글 쓰고 축구 보고 글 읽으며 살고 싶다며 자신을 소개할 정도로 축구를 향한 그녀의 마음은 진심이다.
나도 김혼비 작가의 말처럼 개인주의자이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몸을 부딪히며 하는 운동보다는 혼자 하는 운동을 좋아한다. 일단 장소와 시간의 제약이 없고 언제 어디서든 내가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는 운동들 말이다. 대표적으로는 걷기와 스트레칭, 필라테스가 있다. 운동에 대한 글을 쓸 때마다 걷기와 스트레칭의 시작점이 언제인지 정확하게 기억나지는 않지만 족히 10년은 넘었다고 자부할 수 있을 것 같다. 필라테스의 경우는 코로나가 한참 유행할 무렵 유산소 운동이 아닌, 무산소 운동을 찾다가 우연히 시작하게 되었다. 걷기는 매일 10,000보 이상은 기본으로 걷고, 스트레칭도 특별한 일정이 없는 한 잠들기 전에 꼭 하는 운동이다. 필라테스는 많게는 주 4회, 적어도 주 3회는 꼭 해주는데 학원을 다니지는 않고 홈트로 지속한지 2년이 다 되어간다. 덕분에 유산소만 할 때는 몰랐던 복근과 미세한 근육 라인 등을 함께 얻어 가는 것 같다(매우 미세합니다. 매우).
혼자만의 운동을 좋아하던 김혼비 작가는 축구팀이라는 신세계에 입문하고 단체 운동의 매력을 느낀 뒤로는 축구를 잘하고 싶어 근육을 키우고 축구하는 데 거추장스러워 머리를 짧게 자르는 등 축구에 진심을 다하는 사람이 돼버렸다. 그녀의 책을 읽으며 축구를 하고 싶었(던 것은 아니고) 함께 하는 운동의 매력은 어떤 것일까 처음으로 생각해 봤던 것 같다. 나도 학창 시절에는 반 대표로 배구나 피구 선수로도 출전하고, 몸을 부딪히고 땀 흘리는 태권도도 좋아했는데, 나이가 들면서 혼자만의 시간을 찾다 보니 운동도 자연스럽게 나 혼자 할 수 있는 운동만 찾았던 것 같다.
사실 나에게 맞는 운동을 고르면서 가장 우선시했던 점은 평생을 놓고 봤을 때 지속 가능한가였다. 그런 의미로 나와 오랜 시간을 함께 해온 걷기와 스트레칭(이제는 필라테스도)이 나에게는 제격인 운동이다. 매일 읽고 쓰는 오랜 취미처럼 걷기와 스트레칭으로 꾸준히 단련된(?) 나의 몸은 특별한 요요 없는 한결같은 몸이 되어가고 있다. 물론 과식하거나 간식을 먹지 않는 나의 건강하고 일정한 식습관도 한 몫하겠지만 그 덕에 내 키와 몸무게는 몇 년째 큰 변화 없이 일정한 숫자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오늘 2년 만에 다녀온 건강검진에서도 그 전과 동일한 결과가 나온 걸 보면 앞으로도 나이를 먹는다고 크게 달라질 것 같지는 않다.
코로나 이후로 주춤했던 스포츠계가 2022년 월드컵으로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함께 몸을 부딪히며 열정적으로 뛰는 선수들의 모습을 가만히 보고 있자면 내가 몰랐던 운동 공동체의 매력은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해보게 된다. 뭐 그렇다고 지금 당장 누군가와 팀을 이뤄 함께하는 운동의 재미를 느껴보겠다는 뜻은 아니다(사람이 갑자기 안 하던 행동을 하면...). 누구에게나 자신에게 맞는 운동은 존재할 테니까. 다만 내년에는 익숙한 운동에서 조금 벗어나 새로운 운동에도 도전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글쎄 이를테면 배드민턴 정도라도? 아 물론 아직은 생각만 든다. 어쩌면 계속 생각만 할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