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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민해 Dec 13. 2022

그저 단순한 열정입니까

불륜도 사랑입니까

올해의 노벨문학상은 작가 '아니 에르노'가 수상했다. 그녀는 1940년 9월 1일 프랑스 릴본에서 태어나 노르망디 이토브에서 성장한 프랑스의 작가이자 문학 교수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유튜브 생중계를 통해 "개인적인 기억의 뿌리와 소외, 집단적 억압을 용기 있게, 임상적 예리함으로 탐구했다"고 전하며 노벨문학상 선정 사유를 밝혔다. 그녀의 작품은 모두 본인의 경험을 바탕으로만 쓰여졌다고 한다.


직접 체험하지 않은 허구를 쓴 적은 한 번도 없고 앞으로도 그럴 것

그중에서도 내가 이번에 읽었던 <단순한 열정>은 1991년에 발표한 책으로, 연하의 외국인 유부남과의 사랑을 다루고 있어 출간 당시에도 큰 충격을 안겨준 작품이라고 한다. 그녀의 존재를 이번 노벨문학상 수상을 통해 처음 알았던 나는 그녀의 대표작 중 비교적 가장 얇아 보이는 <단순한 열정>을 먼저 읽었다. 인터넷서점에서 페이지 수를 보고 짧을 거라 예상은 했지만, 막상 전자책으로 읽다 보니 분량에 대한 감이 더 없어서 다 읽고도 '이게 다라고?'하며 어리둥절했었다. 서점에 가서 다시 실물을 확인하고 나서야 '이게 정말 끝이군'이라며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다.


말했던 것처럼 이 책의 분량은 정말 짧다. 본문의 내용만으로 치자면 60페이지 정도 남짓이다. 특별한 줄거리가 있다기보다는 제목처럼 그녀의 열정을 담은 한 편의 기록물 같다.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사랑에 푹 빠진 한 소녀의 일기장 같기도 했는데,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어릴 적 누군가를 짝사랑했을 때의 순수한 마음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사실 책 속에 담겨있는 그녀의 감정선만 보자면 이토록 누군가를 깊이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이 경이롭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당시 그녀의 나이는 48살이었고, 상대는 38살이었다. 적지 않은 나이임에도 상대를 향한 그녀의 열정은 가감 없고 솔직하다. 심지어 그녀는 상대의 화답을 바라지도 않는다. 집착도 소유욕도 없이 그저 있는 그대로의 감정, 열정만을 쏟아낸다.


또한 그녀는 필력도 뛰어나다. 내 경우 평소 책을 읽을 때 내용도 중요하지만 작가의 문체나 표현력, 감정선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인데 이 책을 읽으면서는 그녀의 세밀한 표현력에 감탄하는 지점들이 많았다. 오로지 자신의 체함만을 바탕으로 글을 쓴다던 그녀의 말이 책을 읽으며 다시 한번 느껴진다. 자서전과 소설을 결합한 듯한 이 장르를 프랑스에서는 '오토픽션'이라 부른다던데, '작가', '글쓰기'라는 단순한 용어를 고집하는 그녀의 글쓰기 방식은 가히 독보적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작품은 작품으로만 봐야 할까, 작가의 도덕적 가치관과 윤리까지 생각해 봐야 할까... 과연 이 책은 삼류 소설일까, 문학 소설일까. 이 책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전제조건이 바로 불륜이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저쨌거나 이들의 사랑은 불륜이다. 유부남인 남자를 사랑한 이혼한 여자의 자전적 글로 봐야 맞겠지. 그래서였을까. 이 작가의 다른 책을 읽어보지 않았지만 어떤 마음으로 접근해야 할지 아직은 잘 모르겠다. 영화 <헤어질 결심>을 아름답다고만 포장할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바람은 바람이니까).


그녀의 사랑은 열정적이다. 반면에 A라는 상대가 그녀를 사랑하는지는... 글쎄, 잘 모르겠다. A는 굉장히 조심스럽고 감정을 절제하며 표현조차 잘 하지 않았는데, A의 그런 모습들은 단순히 자신의 욕구를 채우고 싶을 때만 그녀를 찾는 것처럼 느껴졌다(이것도 단순한 열정이라고 봐야 할까?). 결국 그녀의 짝(?)사랑 유효기간은 길지 않았고 그 둘의 결말은 예견된 것처럼 허무하게 막을 내린다. 말 그대로 단순한 열정이었다.



작년 9월 이후로 나는 한 남자를 기다리는 일, 그 사람이 전화를 걸어주거나 내 집에 와주기를 바라는 일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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