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삶을 응원하고 있어요

잘 지내고 계시죠?

나는 응원하는 것을 좋아한다. "제가 당신의 삶을 응원하고 있어요"의 메시지를 담은 순수한 마음 말이다. 이 말은 "나는 당신이 어떤 선택을 해도 있는 그대로의 당신 삶을 존중합니다"의 의미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응원의 사전적 정의는 이렇다.

1. 운동 경기 따위에서, 선수들이 힘을 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 노래, 손뼉치기 따위 여러 가지 방식이 있다.
2. 곁에서 성원함. 또는 호응하여 도와줌.

유의어로는 격려, 성원, 열원 등이 있는데, 오늘은 내가 처음으로 응원을 받았던 경험을 가만히 떠올려 보았다. 10년도 더 된 오래전 기억인데 가장 먼저 떠오른 사람이 있었다. 그 사람 이전에도 나는 누군가에게 응원을 받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 기억이 가장 먼저 떠오른 이유는 그 사람에게 꽤 오랜 기간 지속적인 응원을 받기도 했고, 그 방식 또한 아날로그 감성이 듬뿍 담겨있었기 때문이다.

20살 때부터 알게 된 사람이었고, 같은 공동체에서 활동하며 서서히 친해진 사람이다. 행사가 있을 때마다 늘 먼저 나와 이것저것 준비하는 나를 묵묵히 도와주었던 그는 어느 날인가 나에게 편지를 건넸다. 갑작스러운 손 편지에 당황했지만 그 편지의 내용이 참 다정했다. 나의 면모를 칭찬하는 문장들이 가득했지만, 단순한 칭찬이 아니라 나도 몰랐던 나의 세세한 모습들을 나열하고 있어 '아 내가 이런 사람이었구나'를 생각하게 해 주었다. 그 뒤로도 그 사람은 몇 번을 더 나에게 편지를 건넸고, 나 또한 정성스러운 손 편지로 화답했다. 그 시기에 그는 한참 취업을 준비하고 있었고, 서류 전형과 필기시험, 면접 전형을 차근차근 밟아가는 과정을 나도 함께 응원했다. 늘 성실하고 책임감 있게 자신이 맡은 일들을 잘 해왔던 그는 내가 예상했던 대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이름 있는 기업의 공채로 당당히 입사했고, 연수를 마치던 날 캐리어를 끌고 가장 먼저 나를 찾아와 고백했다. 하지만 나에게 그 사람은 좋은 오빠이자 인생 선배였기에 정중히 거절하고 서로를 응원하는 관계로 그렇게 남았다.

시간이 흘러 각자의 삶을 살기 바빴던 우리는 자연스럽게 연락이 뜸해졌고, 어느 날 밤인가 그에게 정말 오랜만에 전화가 왔다. 다행히 '자니?'는 아니었고, 얼마 후면 결혼을 한다는 기쁜 소식을 전했다. 나는 진심으로 그 사람이 좋은 사람을 만나기를 바라고 있었기에 함께 기뻐하며 축하할 수 있었다. 지금 그는 두 아이의 아빠다. 연락을 따로 하지는 못하지만 그의 카톡 프로필을 차곡차곡 채워가는 행복한 가정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난다. 아이들도 너무 귀엽고 아내분도 사랑스럽다.

아직도 부모님 댁에 가면 내방 편지함에 그 사람이 나에게 주었던 응원의 편지들이 담겨있다. 그때의 나는 그로 인해 몰랐던 나의 좋은 면을 새롭게 알아갈 수 있었고, 나 또한 그의 좋은 면을 보고 배우며 더 어른스러운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을 서서히 키워갔던 것 같다.

시절인연이라는 말이 있다. 불교 용어 중 하나인데, 모든 인연과 일어나는 일들은 맺어지고 끊어지는 때가 있다는 의미로 쓰인다. 지금 나는 그와 더 이상 연락을 하지 않지만 그때의 우리는 서로가 서로를 응원하는 돈독한 관계로 서로에게 힘이 되었다. 그는 누군가를 이토록 오랫동안 진심으로 응원할 수 있다는 것을 나에게 알려준 고마운 사람이다. 이 글을 쓰면서 잊고 있던 그와의 기억이 하나 더 떠올랐는데, 나에게 처음으로 통기타를 가르쳐 주었던 사람도 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