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도 모르는 사람에게
인간들이 기침을 하고 가래가 끓는 것을 자랑인 양 컥컥대고 있다. 여기저기서 핸드폰이 울린다. 귀가 먹었는지 핸드폰이 계속 울리게 두는 인간도 있고, 전화를 받아 자기가 지금 전화를 받을 수 없는 사정을 길게 설명하는 인간도 있다. 어느 쪽이 더 꼴불견인지 모르겠다.
늙으면 다 저렇게 되는 걸까? 나도 늙었지만 저렇게만은 되고 싶지 않다.
나이들면 남는 사람끼리 친구가 된다고, 그럴 수밖에 없다는 말을 들었는데, 나는 저 사람들과는 도저히 친구가 될 수 없을 것 같다.
아직 나이가 덜 든 건가? 그런 것 같지는 않은데. 나도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는데... 친구를 찾을 수가 없다.
내가 문제인 건가? 그런 것만은 아닌 것 같은데.
어이, 아가씨.
너 촌'년'이구나.
왜 노인이 되면 다들 저렇게 뻔뻔해지는 걸까? 특히 남자들 말이다. 김윤자는 자신도 누군가에게는 그런 노인으로 보일지 모르겠다는 생각에 마음이 움츠러든다. 어쨌거나 여기는, 죄다 노인들이다. 노인들만의 세상이다. 평일 오후 두시에 한가하게 영화를 보고 있을 젊은이는 희귀하다. 더욱이 하스미 시게히코 영화를 보자고 여기까지 찾아오는 젊은이란 더 희귀할 것이라고 김윤자는 생각한다.
'젊은이'라는 말을 쓰는 걸 보면 나도 늙긴 했다고 김윤자는 자조한다. 그녀는 그들과 같은 집합에 속하고 싶지 않지만 자신이 노인이라는 걸 부인할 수는 없다. 양심 있는 사람이니까. 김윤자는 젊은이에게 희망이 있다고 생각한다. 노인들에게는 희망이 없다. 문제만 많다.
노인의 가장 큰 문제는 염치라는 걸 모른다는 거다. 늙으면 염치가 사라지는 건지 염치보다 신경쓸 게 많아서 염치 따위에는 소홀해지는 건지 모르겠다. 아니면 젊었을 때부터 염치가 없었던 건지도.
(중략)
김윤자는 염치를 잊지 말자고 생각해왔다. 부끄러움을 말이다. 공공장소에서 남을 배려해야 한다는 걸 잊지 않았다. 아니다. 이 말은 적절하지 않다. 그건 남을 배려한다기보다도 그녀 자신을 위하는 일이었다.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긍지를 지키는 일이니까.
별로 어려운 일도 아니다. 핸드폰이 제멋대로 울리게 놔두지 않고 이런 데(영화관)서 전화를 받지 않으면 된다.
김윤자는 그러려고 해도 그럴 수가 없다. 핸드폰이 없다. 전화가 울릴 수 없다.
그런데 냄새에 관해서는, 자신이 없다. 자신한테서도 저런 냄새가 날지 모른다. 씻을 수 있을 때 최대한 씻고 있지만 충분하지 않다. 그럴 만한 사정이 있으니까... 김윤자는 갑자기 위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