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감함은 신이 주신 최고의 감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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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민해

HSP란 매우 예민한 사람(Highly Sensitive Person)의 약어로, 1995년 미국의 심리학자 일레인 아론 박사가 도입한 개념이다. 내가 HSP라는 것을 처음 알게 된 것은 <센서티브>라는 책을 통해서다. 아론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HSP는 유전자에 의해 결정되며, HSP의 뇌는 그렇지 않은 사람과 다른 구조를 보인다고 한다.


흔히 사회적으로 민감하거나 예민한 기질은 고쳐야 할 대상인 것처럼 표현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사회적 시선 때문에 민감한 사람들은 자신의 특별한 능력을 인지하지 못하거나 숨긴 채 살아간다고 한다. 하지만 각종 연구에서 밝혀졌듯 '민감함은 고쳐야 할 대상이 아니라 개발해야 할 대상'이라고 한다. 우리 사회가 높이 평가하는 창의력, 통찰력, 열정 등이 민감함이라는 재능에 기반을 두고 있음에도, 대부분의 민감한 사람은 자신이 얼마나 놀라운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 모르고 있다고 한다.

<센서티브>의 저자인 일자 샌드는 어렸을 때 부모님이 이혼하고, 그 아픔을 치료하기 위해 심리치료를 시작하면서 심리학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그 과정에서 민감함을 알게 되었고, 세상의 모든 민감한 사람을 치유하고 돕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그녀는 자기 자신을 매우 민감한 성향의 소유자라고 말한다.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스스로 민감성을 인정하고 활용하는 방법을 터득하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다고 말한다.


<센서티브>라는 책을 읽고,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다행이다'였다. 남들보다 민감하고 예민한 성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괴로울 때가 많았기 때문이다. 예민한 사람들은 보통 자신이 문제가 있고, 남들과 다른 결함을 가진 존재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알았다. 남들과 다르기 때문에 그만큼 특별한 재능이라는 것을 말이다. '민감함은 신이 주신 최고의 감각이다'라는 한 문장이 내가 틀린 게 아니라 남들과 다른 것일 뿐이라는 것을 인정해 주었다. 말 그대로 나를 단단하게 만들어준 문장이었다. 그 후로는 예민함, 민감함과 관련된 책들을 주기적으로 읽으며 나의 성향을 파악했고, 예민한 사람들의 모임에도 참여하며 서로의 고민을 털어놓기도 했다.



뇌과학자 다카다 아키카즈는 <예민한 게 아니라 섬세한 겁니다>라는 책을 통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내가 사소한 일에도 크게 동요하는 원인은 정신적인 질환이 아니라 예민함이라는 기질이었던 것이다. 나는 전 세계 사람들 중 20퍼센트 안에 들어가는 '선천적으로' 예민한 사람이다. 사람은 문제의 원인을 알면 안심한다. 그리고 안심이 되면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




세상은 아직 예민한 사람들에게 그리 관대하지는 않다. 때로는 예민한 사람들을 까다롭고 모난 사람으로, 나약한 존재로 내몰아 갈 때도 있다. 나 또한 그것으로 인해 괴로웠던 시간들이 많았지만, 이제는 아니다. 나의 예민함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사랑할 수 있게 되었다. 나의 예민함이 내 스스로를 힘들게 하는 경우도 많지만, 그와 반대로 행복을 더 누리게 해주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같은 것을 먹고, 같은 것을 보고, 같은 것을 만져도 더 오래 간직하고 향유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또한 감수성이 풍부하고 타인의 이야기에 쉽게 공감을 잘하는 편이다. 어떤 일을 할 때도 남들보다 더 몰입하면서 그 시간을 의미 있게 보내는 방법도 알고 있다. 작은 것 하나를 시작해도 오랫동안 꾸준하게 이어가는 것을 잘하고, 크게 지겨움을 느끼지 않는다. 자극적인 것들에 끌리기보다는 나만이 갖고 있는 고유한 감각들을 잘 발달시키는 것을 좋아한다.

예민한 성향은 결함이 아니다. 그것은 오히려 나의 인격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하나의 소중한 특성이다. 그것을 20대 후반이 되어서야 알았고, 지금의 나는 나만의 예민함을 갈고닦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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