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를 생각하면 무슨 색이 떠오르세요?

가장 좋아하는 색과 닮아있는 사람이었으면

by 내민해

한 번쯤 주변의 소중한 이들에게 제목처럼 질문하고 싶었다.


나를 생각하면 어떤 색이 떠올라?


작년 여름 인사동 마루아트센터에서 주최하는 <어린왕자 인사이드전>을 다녀왔다.

"심리학적 관점을 통한 어린왕자가 전하는 위로와 응원"이라는 부제가 특히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큐레이터님의 생생한(조금은 과한) 도슨트를 들으며 어린왕자에 대해 깊이 알아간 것도 좋았지만, 그곳에서 색채 심리학이라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 어린왕자의 그림에 등장하는 색채에 투영된 심리를 해설해놓은 것인데, 내가 고른 색을 통해 나의 성향도 알 수 있었다.


나는 따뜻한 계열의 색감을 좋아한다. 사계절 중에 가장 좋아하는 계절이 가을인데, 가을 단풍에 담긴 색감들이 좋다. 채도가 낮은 노랑, 포근할 것 같은 밤색, 은은하게 분위기 있는 와인색 등 보고 있으면 마음이 차분하게 안정되는 느낌이랄까. 전시회에서도 한 가지의 색을 고를 수 있었는데, 내가 고른 색은 브라운이었다. 브라운에 담긴 메시지는 긍정적으로는 부드러움, 자연스러움, 온화함, 겸손함, 소박함, 수수함, 안정적, 고전적, 클래식, 가을, 열매 등이 있고, 부정적으로는 낡은, 촌스러운, 보수적인, 늙은, 지루한, 무거운 등이 있다. 심리적으로 갈색은 인내력과 지구력을 나타내며 충동성을 억제하고 책임감을 높이는 색이라고 한다. 자연과 밀접한 색상으로 비옥한 대지나 양식 등을 표현하기도 하며, 생명이 흙으로 돌아간다는 뜻에서 죽음을 표현하기도 한다고.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내가 좋아하는 색에 대한 이야기다. 다른 사람이 나를 봤을 때 떠오르는 색이 아니기 때문에 브라운이 갖고 있는 이미지와 나의 이미지가 다를 수는 있다. 다만, 나는 브라운이 담고 있는 색감도 의미들도 마음에 든다.


원데이 클래스 중 퍼스널컬러 진단 클래스가 있다. 전부터 계속 가겠다고 찜만 해놓고, 아직도 한 번을 못 가봤다. 그리고 드디어 다음 주면 태어나 처음으로 퍼스널컬러 진단을 받는다. 나는 나의 피부 톤이 웜톤이라 생각해서 브라운 계열이 썩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며 30년을 넘게 살아왔는데(이 글을 쓰고 있는 오늘도 브라운 맨투맨을 입고 있다), 막상 원데이 클래스에서 생각지도 못한 조합을 알려줄지도 모른다. 사실 그게 두려워서 계속 미뤄두기도 했다. 하지만 나와 객관적으로 어울리는 것을 알아가고, 배워가는 것은 늘 새롭고 즐거운 일이다. 전문가의 입장에서 나의 퍼스널컬러를 진단한다 해도 내가 좋아하는 색을 버려야 한다는 것은 아니니까 큰 부담은 갖지 않기로 한다.


끝으로 이번 여름은 나의 퍼스널컬러에 맞는 옷을 입어보고 싶다는 생각에 아직 여름옷을 사지 않고 기다리는 중이다. 올여름 나의 드레스코드는 어떻게 바뀔까. 괜히 두근거리며 더 기다리게 되는 올해의 여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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