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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민해 Jul 07. 2022

다그쳐서 미안해

소중한 나의 몸에게

주말에 좋은 카페를 찾았다. 광화문에 있는 '스타더스트'라는 카페인데, 책쟁이들이 꽤 좋아할법한 까다로운 조건들을 갖추고 있어 조용히 책 읽고 싶을 때 종종 찾을 것 같다. 그 카페에 앉아 지난주부터 조금씩 읽기 시작했던 '어떻게 지내요'라는 책을 다 읽고 돌아왔다. 이 책은 암 말기 진단을 받고, 죽음을 앞두고 있는 친구와의 여행이라는 소재로 타인의 고통과 죽음, 노화 등을 덤덤하게 풀어내고 있다. 암과 싸워 이겨야만 한다는 의학적 지식에 반하는 친구의 논리 끝에는 안락사가 자리 잡고 있었다. 삶의 의미란 무엇인가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하는 책을 읽으며 든 생각은 다름 아닌 건강과 몸이었다.


나의 몸, 나의 얼굴을 매일 거울로 마주한다. 얼굴은 특히 화장 때문에라도 더 자주 볼 수밖에 없다. 그렇게 나는 내가 보고 싶은 나의 모습을 만들어 간다. 그러다 문득 타인의 시선에 담긴 나의 생김새를 들었을 때, 의도치 않은 렌즈에 내가 담긴 모습을 보았을 때의 그 생경함이란. 아무런 필터 없이 온전한 내 모습을 마주했을 때 나는 차마 못 봐주겠다 싶어 눈을 질끈 감을 때가 있는데, 아마 그게 내 진짜 몸이고 얼굴일 것이다.

어젯밤 잠자리에 들기 전 필라테스와 스트레칭으로 내 몸의 근육을 쓰고 이완시켰다. 그 과정에서 나의 몸을 온전히 아꼈냐고 묻는다면, '글쎄'라고 답할 것 같다. 건강을 위한다고 하는 나의 노력들이 내 몸을 특별히 아껴서라기보다는 습관적으로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32년 동안 트라우마 치료 전문가로 활동한 독일의 심리치료사 '다미 샤르프'는 자신의 저서인 <당신의 어린 시절이 울고 있다>에서 '우리를 지배하는 건 정신이 아니라 몸이다'라고 말한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고 했던 데카르트의 명제가 약 3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우리의 세계관에 막대한 영향을 미쳐서 뭔가 이성적으로 파악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관념을 만들어냈다.
그래서인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식이 해결책이라고 믿는다. 지적인 인지 능력만 있으면 모든 것이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인식은 긴 변화의 첫 번째 발걸음일 뿐이다. 머리로 뭔가를 이해했다고 해서 행동이 갑자기 변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누구나 알 것이다. 우리는 우리의 몸 그 자체이다. 몸을 통해 느끼고 파악하고 바꿔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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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침에 일어나 샤워를 하고, 바디로션을 바를 때에야 비로소 내 몸을 그나마 직시하는 것 같은데, 그마저도 자세히 보기 두려울 때가 있다. 노화의 과정을 직면하는 것이 아직은 익숙하지 않은 것 같다. 어릴 때부터 지금의 나이가 되어서까지도 나이에 걸맞지 않게 어려 보인다는 말을 꽤 자주 듣는다. 그 말이 어릴 때는 참 싫었는데, 나이가 들면서부터는 기분 좋은 칭찬으로 느껴지기까지 한다. 그만큼 외모에 대한 강박적 의식은 쉽게 내려놓기 어려운 부분이다. 그래서였을까.

보여지는 나의 외모 외에 나의 온전한 몸까지 사랑하고 있는가를 생각해 보면 아직 잘 모르겠다. 가끔 유튜브에 일상 브이로그 속 자신의 몸을 가감 없이 드러내는 사람들을 보면 그 자체만으로 참 멋지다는 생각이 든다. 세상이 말하는 몸매의 잣대를 벗어나 자신의 온전한 모습 자체를 사랑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어제까지도 나는 거울에 비친 나의 얼굴을 보며 '아 오늘은 얼굴이 왜 이렇게 부었을까', 화장대에 비친 나의 몸을 보며 '어깨가 좀 더 굽어버린 것 같은데'라고 계속 중얼거렸다. 있는 그대로 사랑해 주지 못해서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들을 다그치기만 해서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몸의 건강뿐만 아니라 몸을 바라보는 나의 시선의 건강까지도 챙겨주고 싶어 진다. 나의 몸과 마음을 온전히 사랑하는 내가 되려면 얼마나 오랜 시간이 더 필요한 것일까... 생각이 많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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