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이라는 감정
불안이라는 단어를 근 한 달간 얼마나 많이 내뱉었을까를 되돌아보면 셀 수 없이 많을 것이라 확신한다. 그만큼 나는 불안을 빼고는 삶을 논할 수 없는 사람이다. 이 말을 들은 누군가는 이렇게 질문할지도 모른다. '도대체 뭐가 그렇게 항상 불안하냐'라고 말이다. 상황에 따라 사람에 따라 너무 다양한 경우가 있어 일일이 나열하기는 어렵지만, 나는 대체로 불안하다. 가끔 집에 왔을 때도 불안함이 느껴질 때면, 내 방바닥이 허공에 떠있는 느낌인데, 이 느낌을 타인이 이해할 수 있도록 표현하기에는 아직 내 어휘력이 많이 부족하다.
지난 주말 명상 원데이 클래스를 다녀왔다. 불안감을 늘 안고 살아가는 나에게 마음의 평안, 안정은 꽤 중요한 키워드라 기회가 닿으면 뭐든 이것저것 시도해 보려 한다. 시간이 맞아서 프립의 원데이 클래스를 예약하고 홍대역으로 향했다. 명상도 센터마다 워낙 다양하고, 검증되지 않은 이상한 곳도 많아 클래스의 정보를 충분히 찾아보고 안전하다는 판단하에 방문하게 되었다. 조용한 공간에 대표님과 나, 또 다른 한 분 이렇게 3명이 모여 명상이 시작되었다. 약 2시간가량 쉬는 시간 없이 명상을 찾은 이유부터 생각, 마음 상태, 명상에 필요한 자세 등등 처음으로 명상의 기본기를 제대로 배운 느낌이었다. 혼자 유튜브를 보며 알음알음 따라 했던 내용의 가닥이 조금 보이는 느낌이랄까. 대표님이 명상을 시작했던 이유와 그날 처음 만난 다른 분의 인생사, 그리고 나의 굴곡을 함께 나누며 우리는 꽤 진지하게 명상에 임했다. 명상을 배우는 동안에도 불안을 동반한 나의 생각들은 끊임없이 올라왔고, 대표님은 그 생각을 없애려 하지 말고, 생각이라고 이름 붙여주면 된다고 하셨다. 보통 우리는 생각이 너무 많아 그 생각을 끊어내려 하는데, 명상은 그 생각을 끊어내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알아차리고, 이름을 붙여주는 것이라고 말이다.
명상하는 도중 대표님은 우리 두 사람에게 "사람이 하루에 얼마나 많은 생각을 할까요?"라는 질문을 하셨다. 서로 처음 만난 우리는 머뭇거리며 눈치를 보다가 조심스럽게 "1,000개?"라고 말했다. 나는 이 말을 하면서도 너무 많이 말했나? 싶었는데 웬걸, 무려 오만가지라고 한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오만가지 생각이라는 말이 과학적으로 증명된 사실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인간은 하루에 4만~6만 가지 생각을 한다고 한다. 그중에 부정적인 생각이 더 주를 이루다 보니 어쩌면 우리에게 불안은 필연적인 감정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걸 자꾸 누르고, 없애려 했으니 계란으로 바위 치기를 하고 있었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집에 돌아가는 길에 그 대표님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 들어갔다. 여러 영상들이 올라와 있었는데, 내가 구독하고 있는 '뇌부자들'이라는 정신과 선생님들의 유튜브 채널 멤버 중 한 명인 김지용 선생님과 인터뷰를 나눈 내용도 있었다. 대표님이 수업 중 나눠주셨던 말씀 중에 정신과에서도 명상을 추천하고, 명상센터에서도 증상이 심한 수강생은 정신과를 추천해 주기도 한다고 하셨는데 정말인가 보다. 우리 사회는 마음과 정신이 아프고 병들어 있는 사람들이 많음에도 그 심각성이 얼마나 많이 방치되고 있는가를 다시 한번 깨닫기도 했다.
아주대학교 심리학과 교수이자 인지심리학자인 김경일 교수의 저서 <심리 읽어드립니다>에서는 적당한 불안은 우리의 성장에 크게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당신의 불안, 혼자서 느끼는 감정이 아닙니다. 불안은 모두가 느끼는 감정입니다. 혼자만 그렇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정말 잘못된 생각입니다. 여러 번 반복하지만, 적당한 불안은 우리의 성장에 크게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명심하세요. 그래도 너무 불안해서 불안감을 떨쳐버리고 싶다면, 누군가와 만나 솔직한 대화를 나누고 그것을 통해 내 불안과 상대방의 불안을 만들어내는 요인을 정확하게 찾아보세요. 혼자일 때보다 여럿이 머리를 맞대면 불안을 해소할 좋은 지혜가 떠오를 겁니다.
-
나는 오늘도 여전히 불안했지만, 그럭저럭 불안을 안고 살아간다. 그리고 이 공간에 이렇게 나의 불안을 나눔으로써 불안감이 조금 누그러짐을 느낀다. 어제 출근길에 걷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지금 내 삶에 아무런 제약도, 방해도 없이 완전무결 상태라면 그제야 비로소 나는 불안감을 떨쳐낼 수 있을까를 생각하니 딱히 그럴 것 같지도 않았다. 그냥 이제 불안은 나의 친구 같은 존재가 되어버렸으니 말이다.
올해 4월쯤인가 우연히 고려대학교 정신건강의학과에서 불안장애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 대상자를 모집한다는 공고를 봤다. 불안장애 환자의 치료 반응과 재발에 대하여 예측할 수 있는 바이오 마커를 찾아 환자들이 효과적으로 치료받는 데 도움이 되고자 하는 목적을 갖고 있는 연구였다. 관심이 생겨 문의를 했는데, 현재 불안장애 약을 복용하고 있어야 참여가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나는 한때 불안증으로 정신과 약을 복용했던 적은 있지만, 지금은 아니다. 그래, 어쩌면 지금의 나는 많이 건강해진 것이라 스스로를 다독여본다. 나는 범불안장애를 안고 살아가지만, 이제는 삶에 스며들듯이 흐릿해져 가는 중이라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