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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orygallery Jul 28. 2017

#10. 당신은 나를 잃어버리게 될지도 몰라요.

[일상 이야기: 小小하지 아니한 즐거움]

바람에 실려 온 기억 만으로도 마음이 아릿해지는, 

세상에서 가장 열렬했던 첫사랑 이후. 

나는 쉬이 누군가를 만나지 못했어요. 


그렇게 참 고운 나이를 일에 파묻혀 보내 버리고, 

서른을 훌쩍 넘긴 어느 해, ‘그 사람’을 만났습니다. 


내 나이에도 이렇게, 누군가를 미치도록 좋아해도 되는 건가… 싶을 정도로, 

생경하고도 놀라운 감정이었어요. 


내 첫사랑은 ‘겨울’이었다면, 

그 사람은 ‘여름’이었어요. 


뜨겁던 한 낮 햇빛이 조금씩 식어가던 여름밤에 만나, 

비 내리던 여름을 그렇게, 많이 좋아하며 보냈어요. 


[사진출처: pexels]



하지만, 내가 지금 겪고 있는 인생의 순간을 한참 앞서 겪은 그 사람은,   

내 감정이 버거웠던 것 같아요.   



비에 젖은 나무 냄새가 옅은 바람에 실려오던 여름밤.   

나란히 그 길을 걸었고,   


그 사람은 평소와 다름없이 너무 좋은데,     

‘아… 여기가 끝이구나. 이 사람한테 나는 없구나.’를 느껴 버린 그 날.       



평소와 다름없이 인사하고, 집에 돌아오던 지하철에서.   

나만 헤어진 것 같은 청승을 떨며…     


차마 전송도 못하고, 핸드폰 메모장에 꾹꾹 눌러 담아 썼던 그 마음.     


‘당신은 나를 잃어버리게 될지도 몰라요.’   

  

하지만 결국 보내지 않았던 건… 알았기 때문 아닐까요?   

그는 나를 잃어버려도 하등의 상관도 없는 사람이라는 걸.     

혹은 나를 잃어버린 것도 몰랐을… 그런 사람.      


[사진출처: pexels]


그래도,     

결혼이나 연애가 아닌, 사랑이 하고 싶은 사람을 만났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여자로서의 나는 충만해요.    

 

고마웠어요. 아주 많이 사랑할 수 있게 해 줘서… 아주 많이 고마웠어요.   

이 글을 읽을 일이 올진 모르겠지만, 읽는다면, 이 감사가 전해지길 바라요.   


  

또. 나는 뒷 끝 있는 여자라서… 나를 놓친 걸 평생 후회하며 혼자 살아가길 바라요.     

마지막으로, 속 시원하게 한마디만 할게요. 그때 못했던 그 말!

    

‘당신은 나를 잃어버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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