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이야기: 小小하지 아니한 즐거움]
바람에 실려 온 기억 만으로도 마음이 아릿해지는,
세상에서 가장 열렬했던 첫사랑 이후.
나는 쉬이 누군가를 만나지 못했어요.
그렇게 참 고운 나이를 일에 파묻혀 보내 버리고,
서른을 훌쩍 넘긴 어느 해, ‘그 사람’을 만났습니다.
내 나이에도 이렇게, 누군가를 미치도록 좋아해도 되는 건가… 싶을 정도로,
생경하고도 놀라운 감정이었어요.
내 첫사랑은 ‘겨울’이었다면,
그 사람은 ‘여름’이었어요.
뜨겁던 한 낮 햇빛이 조금씩 식어가던 여름밤에 만나,
비 내리던 여름을 그렇게, 많이 좋아하며 보냈어요.
하지만, 내가 지금 겪고 있는 인생의 순간을 한참 앞서 겪은 그 사람은,
내 감정이 버거웠던 것 같아요.
비에 젖은 나무 냄새가 옅은 바람에 실려오던 여름밤.
나란히 그 길을 걸었고,
그 사람은 평소와 다름없이 너무 좋은데,
‘아… 여기가 끝이구나. 이 사람한테 나는 없구나.’를 느껴 버린 그 날.
평소와 다름없이 인사하고, 집에 돌아오던 지하철에서.
나만 헤어진 것 같은 청승을 떨며…
차마 전송도 못하고, 핸드폰 메모장에 꾹꾹 눌러 담아 썼던 그 마음.
하지만 결국 보내지 않았던 건… 알았기 때문 아닐까요?
그는 나를 잃어버려도 하등의 상관도 없는 사람이라는 걸.
혹은 나를 잃어버린 것도 몰랐을… 그런 사람.
결혼이나 연애가 아닌, 사랑이 하고 싶은 사람을 만났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여자로서의 나는 충만해요.
고마웠어요. 아주 많이 사랑할 수 있게 해 줘서… 아주 많이 고마웠어요.
이 글을 읽을 일이 올진 모르겠지만, 읽는다면, 이 감사가 전해지길 바라요.
또. 나는 뒷 끝 있는 여자라서… 나를 놓친 걸 평생 후회하며 혼자 살아가길 바라요.
마지막으로, 속 시원하게 한마디만 할게요. 그때 못했던 그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