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댁 단톡방을 나가기로 마음먹고도 몇 주가 흐른 시간.
거듭된 고민 끝에 드디어 탈출을 감행했다.
혹시나 나중에 증거(?)로 쓰일까 싶어 이메일로 대화를 모두 내보내고,
'채팅방 나가기' 버튼을 다시금 눌렀다.
알람이 다시 뜬다.
'.. 채팅방에서 나가시겠습니까?'
[채팅방 나가기 | 취소]
다시금 반복되는 시댁 잔소리 시뮬레이션...
하지만 이번엔 꼭 나가고 만다.
생각보다 싱겁게 끝난 시댁 단톡방 탈출이었다.
이게 뭐라고 이렇게까지 고민을 했을까.
하지만 막상 나가고 나니 걱정이 밀려왔다.
시아버지, 시어머니, 아주버님, 형님의 질책이 예상됐다.
'너는 이제 우리 가족인데 어떻게 단체방을 나갈 수가 있냐'
'우리가 얼마나 잘해줬는데 그럴 수가 있어?'
시댁 단톡방 탈출한 날 밤.
남편에게 단톡방 탈출을 통보했다.
"나 오늘 너네 가족 카톡 단톡방 나왔어"
남편의 잔소리를 예상했는데, 반응은 의외였다.
"잘했어"
뭘 잘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알겠다고 했다.
혹시나 시댁 가족들이 왜 나갔냐고 물으면 카톡 탈퇴했다고 말하면 된다고 친절하게 일러주었다.
아직도 시댁 가족들이 내가 단톡방을 나간 걸 아는지 모르는지 모르겠다.
중요한 건 내가 시댁 단톡방을 나오고 나서 기분이 좋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