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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연 Jan 15. 2021

탈출할 수 있을까? 시댁 단톡방

결혼식 하기 몇 개월 전,

시아버지, 시어머니, 형님, 아주버님, 남편이 있는 시댁 단톡방에 초대되었다.


결혼 전이라 그런지 다들 반갑게 나를 맞아주는 듯했다.


시댁 단톡방의 내용을 분류하자면 아래와 같다.  

1. 공지사항 전달 (4%)

2. 시아버지의 생활 꿀팁 공유 (35%)

3. 아주버님의 사는 이야기 공유 (35%)

4. 시조카의 근황 공유 및 자랑 (25%)

5. 기타 (1%)


이런저런 TMI로 시댁 단톡방이 애초 목적을 잃어버린 지 오래였다.

어쩌면 애초 목적이 TMI 공유였을지도...



시댁과의 사이가 안 좋아진 이후로 카톡 알람만 울려도 가슴이 쿵쾅거렸다.

그래서 시댁 단톡방의 알람을 꺼버렸다.


알람을 껐더니 앱 뱃지로 읽지 않은 메시지 개수가 뜨는 바람에 계속 신경 쓰였다.

그래서 카카오톡 앱 뱃지도 꺼버렸다.


그랬더니 카카오톡 들어갈 때마다 읽지 않은 메시지 개수가 탭에 뜨는 것이 신경 쓰였다.

이것까지 없애는 것이 불가능했다.


그래서 카카오톡을 탈퇴하려 했다.

하지만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여러 간편 가입으로 엮여있어서 탈퇴할 수가 없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내가 왜 시댁 단톡방 때문에 카카오톡 탈퇴까지 해야 하나 억울했다.


그래서 시댁 단톡방을 나가기로 결정했다.

여태까지 읽지 않은 메시지를 읽고선 '채팅방 나가기' 버튼을 눌렀다.



다시 한번 알람이 뜬다.

[채팅방 나가기 | 취소]


채팅방 나갔을 때의 상황이 시뮬레이션되면서 머뭇거렸다.

'분명히 전화 와서 왜 대화방 나갔냐고 물을 텐데...'

갑자기 시댁에서 연락이 온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미친 듯이 뛰었다.



용기가 부족했던 나는 아직도 시댁 단톡방을 나가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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