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을 앞두고, 남편이 이번 설날은 내가 시댁에 안 가도 된다고 말했다.
그래서 나 혼자 친정에 갈 생각으로 부산으로 가는 ktx표를 끊었다.
며칠 뒤... 남편이 시어머니와 통화한 내용을 말해줬다.
시어머니께서는 이번에 며느리가 못 간다고 말했더니 남편에게도 오지 말고 같이 친정으로 가라고 한 모양이다.
왜인지 신이 난 남편은 자기도 부산에 갈 수 있게 되었다며 같이 따라가겠다고 했다.
"안 간다고 해서 ktx표도 다 끊어놨고, 이미 표가 매진돼서 너는 같이 갈 수 없을 것 같아."
"그럼 차 끌고 가자."
"명절에 부산까지 차 끌고 가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아? 10시간씩 차를 타고 가겠다고? 나는 편하게 ktx 타고 가려했는데?"
시어머니가 가라고 했다며 해맑게 자기도 갈 수 있다는 남편을 한 대 쥐어박고 싶었다.
언제는 혼자 가라더니, 시어머니가 친정 같이 가란 말에 부산을 따라가겠다 해서 화가 났다.
"마마보이야? 언제는 안 가겠다더니 갑자기 부산이 가고 싶어 졌어?"
"나도 원래 같이 가고 싶었어. 우리 엄마가 배려해준 거잖아. 너랑 같이 가라고"
아...?
같이 가라고 배려해주신 거구나?
"나도 배려해줄게. 너희 부모님들은 네가 오길 바랄 거야. 내가 안 가더라도 너는 부모님 보러 가.
나도 우리 부모님과 오붓한 시간 보내기 위해서 계획 세워놨으니 너는 안 왔으면 좋겠어."
우린 설날에 각자 집으로 가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