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요즘 것’이 아니어도 괜찮다는 말

부제- 진심은 언제나 유행을 넘어서 존재한다는 믿음.

by YEON WOO

요즘 세상엔 ‘요즘 것’이 너무 많다.

요즘의 옷, 요즘의 말투, 요즘의 취향, 요즘의 행복.

마치 누군가가 세상에 표준 매뉴얼을 만들어 놓은 것처럼

모두가 비슷한 리듬으로 웃고, 말하고, 살아간다.

그 안에서 가끔 나는 작아진다.

새로운 유행을 잘 모를 때,

사람들이 당연하다는 듯 쓰는 단어가 낯설 때,

‘나는 너무 옛날 사람인가’ 하는 생각이 스친다.

한때는 그게 부끄러웠다.

내가 뭔가 뒤처진 사람 같았고,

세상이 정한 ‘요즘 것’의 흐름에 끼지 못하는 게

어디선가 나를 놓치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어느 날이었다.

지하철 안에서 한 아주머니가

손바느질로 헝겊 가방을 꿰매고 있었다.

바늘 끝이 천천히 오르내릴 때마다

그 손끝에서 무언가 오래된 온기가 피어났다.

그 모습이 이상하게 마음을 덮었다.

‘요즘’이라는 단어로는 절대 설명되지 않는,

참 따뜻하고 단단한 장면이었다.

그때 깨달았다.

‘요즘 것’이 아니라고 해서

‘지금’에 어울리지 않는 건 아니구나.

세상은 늘 새로움을 예찬하지만,

그 새로움 속에는 종종 공허가 섞여 있다.

빠르게 바뀌는 만큼, 마음이 따라갈 틈이 없기 때문이다.

반대로 오래된 것, 익숙한 것들 속에는

시간이 남긴 결이 있다.

그건 손때 묻은 다정함의 질감,

쉽게 닳지 않는 마음의 무게 같은 것들이다.

나는 그런 것들을 좋아한다.

편의점 커피보다 손으로 내린 커피의 냄새,

SNS 피드보다 오래된 사진첩 속 웃음,

트렌드보다 진심으로 이어진 대화.

그런 순간들이 내 삶을 더 느리고, 더 깊게 만든다.

‘요즘 것’이 아니어도 괜찮다.

그건 시대에 늦은 게 아니라,

나만의 리듬을 잃지 않았다는 뜻이다.

남들이 다 입는 옷을 입지 않아도,

모두가 좋아하는 노래를 몰라도,

그건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오히려 나만의 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사람,

자신의 속도와 취향을 지키는 사람,

그런 이들이야말로

이 빠른 시대 속에서 가장 ‘자기 다운 존재’다.

세상은 늘 요즘 것을 만들어내지만,

그 요즘을 지나가게 하는 건 결국 사람의 마음이다.

진심, 다정함, 오래된 기억 —

그건 언제나 유행의 반대편에서,

조용히 세상을 지탱하고 있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요즘 것이 아니어도 괜찮아요.”

당신의 말투가 조금 느리고,

당신의 삶이 조금 오래된 색을 띠어도 괜찮아요.

그 느림과 낡음 속에

시간이, 사랑이, 그리고 당신이 살아 있으니까요.



keyword
이전 05화조금 느린 사람의 시간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