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흘러가는 모든 것 속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기
우리는 늘 무언가를 잃어가며 살아간다.
시간을, 계절을, 사람을, 그리고 마음의 온도를.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간다는 건,
그 잃어가는 틈 속에서 여전히 아름다움을 찾아내는 일인지도 모른다.
어릴 적에는 모든 게 오래갈 줄 알았다.
여름방학의 햇빛도, 친구의 웃음도, 사랑의 약속도.
하지만 세월은 가르쳐주었다.
가장 찬란한 것들은 언제나 머물지 않는다는 것을.
그래서 한동안 나는 지나가는 것들을 두려워했다.
좋은 순간은 금세 사라질까 봐,
사람의 마음은 언제 변할까 봐,
시간이 모든 걸 희미하게 만들까 봐.
그 두려움 때문에
나는 오히려 지금을 충분히 사랑하지 못했다.
그런데 어느 날, 문득 깨달았다.
모든 것이 흘러가기에,
지금 이 순간이 이렇게 반짝일 수 있다는 걸.
꽃이 지는 건 끝이 아니라,
또 다른 계절이 다가온다는 신호였다.
사람이 떠나는 건 공백이 아니라,
그리움이라는 이름의 빛을 남기는 일이었다.
사라짐 속에도 여전히 아름다움이 있다는 사실을
나는 아주 느리게 배워가고 있다.
지나가는 것을 사랑한다는 건
결국 붙잡지 않는 용기를 배우는 일이다.
머물게 하려 애쓰기보다,
그 순간을 온전히 느끼고 보내주는 일.
누군가와 웃는다면 그 웃음이 마지막일 수도 있다는 마음으로,
저녁노을을 본다면 내일은 다르게 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그렇게 ‘지금’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사라진다고 해서 사라지는 건 아니다.
시간은 모든 걸 가져가지만,
그 안에서 피어난 감정의 흔적은
어딘가에서 여전히 우리를 살게 한다.
나는 이제
지나가는 것들을 미워하지 않으려 한다.
흘러가는 것을 탓하지 않고,
그 안의 아름다움을 천천히 들여다본다.
계절이 바뀌는 것처럼
마음의 온도도 변하지만,
그 변화 속에서도 분명히
사랑은 남는다.
기억은 남는다.
그리고 그 모든 흐름이,
결국 나를 만들어왔다.
어쩌면 인생이란
‘지나가는 것들을 사랑하는 법’을
조금씩 배워가는 여정인지도 모르겠다.
무언가를 오래 붙잡는 대신,
지금 이 순간을 다정히 바라보는 일.
오늘이 지나가도,
이 마음이 사라지지 않기를 바라며
나는 오늘도 흘러가는 세상을 조용히 껴안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