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닫다.
어떤 순간에는, 입술을 뗀 말이 공중에서 길을 잃는다.
분명 상대를 향해 건넨 문장이었는데, 막상 닿아야 할 곳까지 가지 못하고 허공에 머물다 흩어져 버린다.
말이라는 것은 원래 그렇게 가벼운 것이었나 싶어, 나도 모르게 침묵을 더듬게 된다.
그 순간의 공기는 조금 무겁고, 조금 차갑다.
마주 선 사람의 표정에는 알 수 없는 어둠이 겹겹이 내려앉아 있고,
나는... 그 사이를 어떻게 통과해야 할지 알지 못한다.
마음은 다급하게 움직이지만, 입 밖으로 나오는 문장은 어딘가 미끄러지고,
결국 닿아야 할 자리 앞에서 멈춘다. 말이 닿지 않는 순간.
그곳에서 나는 비로소 깨닫는다.
누군가의 깊은 상처 앞에서는,
가장 따뜻한 말조차도 때로는 문턱을 넘지 못한다는 사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