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자신과의 싸움
우울이나 절망 속에 있는 사람을 마주하면,
마음속에서 조용한 파문이 일어난다.
그들은 눈앞에 있지만, 손에 닿지 않는 어둠 속에 놓인 듯한 느낌이 든다.
그 어둠은 마치 두께를 알 수 없는 안개 같아서,
가까이 다가갈수록 내가 가진 말들이 더 희미해지는 것만 같다.
그 앞에서 나는 자주 작아졌다.
무엇을 해도 충분하지 않을 것 같은 감각,
내가 건네는 말이 그 사람의 깊은 곳까지 절대 도달하지 못할 것이라는 확신 같은 것.
위로하려는 마음보다 먼저 밀려오는 것은,
어쩌면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체념이었다.
그러나 그 무력감은 단지 나의 한계 때문만은 아니다.
누군가의 절망 앞에서는,
원래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이 그리 많지 않다는 사실을 인정하게 되는 것이다.
삶이 깊은 어둠을 드리우는 순간,
사람은 근본적으로 고독해지고,
그 고독에 대신 들어가 줄 수 있는 존재는 없다.
우리는 그저 옆에서 서성일뿐이고,
그 서성임조차 때때로 지나치게 가벼워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은 계속 움직인다.
어둠에 잠겨 있는 그 사람에게 조금이라도 닿고 싶고,
최소한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만큼은 전하고 싶다.
하지만 이를수록 더 절실해져서, 말은 오히려 더 떨리고 흐려진다.
이 무력감은 참 쓰리지만,
동시에 한 가지 진실을 깨닫게 한다.
누군가를 구하고 싶다는 마음이 아니라,
그저 ‘함께 있고 싶다’는 마음만이 그 순간을 지날 수 있게 한다는 것.
우리는 그 마음을 품은 채,
다시 조심스럽게 말을 찾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