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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하LeeHa Jan 06. 2020

불행에는 다른 가치가 숨겨져 있다.

은지와 푹신이의 성장기


1995년에 발행된 그림책 <은지와 푹신이>는 일본 작가 하야시 아키코의 작품입니다. 이 책으로 하야시 아키코는 일본의 고단샤 출판문화상을 수상하였다고 하지요.  


25년 가까이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은지와 푹신이>. 저는 가끔씩 이 사랑스러운 그림책을 꺼내서 본답니다. 보는 사람 누구라도 미소 짓게 만드는 책이거든요.  


은지라는 꼬마와 푹신이라는 여우 인형이 할머니 댁을 찾아가는 도중에 일어나는 일들이 귀여운 그림들과 함께 어우러져 있어요.


그 속에서 예상치 못한 사건들이 일어납니다. 그 사건을 통해서 은지와 푹신이는 변화를 겪게 되지요. 책 한 권 안에서 아이와 인형과 어른의 감정 변화가 물 흐르듯 잔잔하게 펼쳐집니다. 한번 따라가 보실까요.  



모래 언덕 마을에 사는 할머니가 여우 인형 푹신이를 은지의 집으로 보냅니다.


아직 태어나지 않은 아기 은지를 기다리는 푹신이의 지루한 모습이 보이죠. 고개를 숙인 채 입을 다물고 있고 귀와 꼬리는 쳐져 있습니다. 빈 침대만 바라보며 지친 거죠.



은지가 태어나서 침대에 누워있는 모습을 본 푹신이의 표정에 변화가 생겼죠?


놀라서 입을 벌리고 있고 귀와 꼬리가 쫑긋 섰습니다. 창가에 놓인 장난감과 선물이 아기 탄생을 축하해 주고 있습니다.



이후 은지가 자라나면서 푹신이와 늘 함께하는 과정을 보여 줍니다. 매일 붙어 다니다 보니 어느 날 푹신이 팔의 실밥이 터집니다. 터진 팔을 꿰매기 위해 모래 언덕 마을에 가기로 하지요.


여기서 첫 번째 불행인 터진 팔로 인해 어린 은지와 인형 푹신이는 할머니 댁으로의 여행을 떠납니다. 말이 여행이지, 모험의 시작입니다.  



정말 예쁜 장면인데요. 할머니 댁을 향해 떠나는 기차 안에서의 은지와 푹신이입니다.


은지가 덩치가 더 크니 여행 가방을 들었지만요. 푹신이가 앞장을 섭니다. 먼저 태어나 은지를 기다려온 푹신이는 은지의 보호자 역할을 톡톡히 합니다.



배고파 하는 은지를 위해 잠깐의 정차 시간에 도시락을 사려는 푹신이. 아무리 서둘러도 푹신이의 짧은 다리로는 대기 줄의 가장 끝에 설 수밖에 없습니다.


맨 끝에 선 푹신이의 까치발과 줄 선 어른들의 행동(지갑을 열고, 손가락을 펴 보이는 등)으로 시간의 촉박함이 드러납니다. 도시락 사려다가 기차를 놓칠지도 모르겠다는 불안감이 들지요.



결국 기차가 출발해도 자리에 돌아오지 않는 푹신이 때문에 은지는 울음보를 터뜨립니다. 차장 아저씨의 안내에 따라 푹신이를 찾으러 기차 통로로 간 은지는 이상한 광경을 목격하죠.

 


도시락 두 개를 들고 꼬리가 문에 끼어버린 채 오도 가도 못하는 푹신이의 모습이에요. 그 장면을 본 은지가 '헉'하고 놀랍니다.


두 번째 불행은 이렇게 문에 낀 꼬리인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꼬리가 낀 채로 은지와 푹신이는 통로 벽에 기대어 도시락을 까먹습니다.


울지 않아요. 억지로 꼬리를 빼내겠다고 괜한 힘쓰며 기운 놓치는 일도 없습니다. 대신 배고프니까 밥을 먹어요. 불행을 불행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은지와 푹신의 모습은 말 그대로 판타지입니다. 불행에 대처하는 그들의 자세가 너무나도 사랑스럽습니다.



다음번 정거장에 도착해서 문이 자동으로 열릴 때까지 푹신이는 꼬리가 낀 채 있었고요. 그 결과 꼬리가 납작해져 버렸습니다.


팔은 터졌고, 꼬리에는 붕대를 감게 된 거죠.



기차에서 내려 할머니 댁으로 가기 전 은지는 모래언덕에 잠시 들르기를 원해요. 둘은 모래언덕에 찍혀 있던 발자국을 따라갑니다.



그러다가 발자국의 주인공인 커다란 개를 만납니다. 무서워하는 은지에게 푹신이는 이렇게 말을 하죠.

"은지야, 무서워하지 마. 내가 옆에 있잖아."

그러나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개가 푹신이를 물어가 버립니다.



은지는 개의 뒤를 쫓아 모래 언덕까지 올라가서 푹신을 발견해요. 거의 만신창이가 되어 모래에 파묻힌 푹신이의 모습입니다.


세 번째 불행 앞에서 은지는 이제 푹신이의 보호자가 됩니다. 푹신이를 업고 모래언덕을 내려와 할머니의 집을 찾아가지요. 푹신이의 도움만 받던 어린 은지가 이제는 푹신이의 보호자로 성장하는 순간입니다.



흘러내리는 듯한 발자국이 모래언덕에서 내려오는 모습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오르막을 오를 때는 또박또박 찍히던 발자국이었고요. 내려올 때의 발자국은 경사와 은지의 급한 마음을 감안해서인지 뭉치듯 흐릿하고 넓게 찍혀 있습니다.



가까스로 할머니 집을 찾은 은지는 그제서야 할머니 품에 안겨 웁니다.


두 번째 불행과 세 번째 불행의 사이에서 은지의 변화를 눈치챌 수 있어요.

도시락 사러 갔던 푹신이가 제때 안 오자 엉엉 울던 은지는, 만신창이가 된 푹신이의 보호자가 된 순간에는 눈물을 흘리지 않습니다. 불행한 사건들 사이에서 은지의 자아가 훌쩍 성장했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할머니가 푹신이를 고쳐 주는 사이, 은지의 표정과 행동을 좀 보실까요?


내리깐 눈과 입술, 푹신이의 귀를 매만지는 손길. 은지는 이제 더 이상 푹신이의 보호를 받는 아기가 아닌 겁니다. 다친 푹신이 곁을 지키는 친구입니다.



도망치는 푹신이를 끌어다가 할머니까지 함께 목욕을 하는 장면,  할머니 안에 있는 어린 아이가 튀어나오는 순간이죠.


은지 안의 어른이 나와서 푹신이를 보호했던 것처럼 어른 안의 어린아이가 튀어나와 동심의 세계를 만끽할 수도 있습니다.


불행에는 반드시 그와 동등한 가치가 감추어져 있다고 합니다. 불행한 일이 벌어질 때는 그에 버금가는 성장의 기회가 생긴다는 것이 만고의 진리인 듯해요.


일이 잘 풀리지 않아 힘들고, 누군가의 외면이 속상하고, 절망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해 존재 자체를 부정해 버리고 싶어지는 순간들이 펼쳐진다면, 그럴 때 그림책 <은지와 푹신이>를 한번 보시면 어떨까요?


이어지는 몇 번의 불행에도 스스로를 성장시켜 나가는 어린 은지와 여우 인형 푹신이를 만난다면. 우리도 우리의 불행에서 성장하는 삶의 이정표를 찾아낼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 봅니다.































































































흘러내리는 듯한 발자국이 모래언덕에서 내려오는 모습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오르막을 오를 때는 또박또박 찍히던 발자국이었고요.




내려올 때의 발자국은 경사와 은지의 급한 마음을 감안해서인지 뭉치듯 흐릿하고 넓게 찍혀 있습니다.












가까스로 할머니 집을 찾은 은지는 그제서야 할머니 품에 안겨 웁니다.




두 번째 불행과 세 번째 불행의 사이에서 은지의 변화를 눈치챌 수 있어요.




도시락 사러 갔던 푹신이가 제때 안 오자 엉엉 울던 은지는, 만신창이가 된 푹신이의 보호자가 된 순간에는 눈물을 흘리지 않습니다.




불행한 사건들 사이에서 은지의 자아가 훌쩍 성장했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할머니가 푹신이를 고쳐 주는 사이, 은지의 표정과 행동을 좀 보실까요?




내리깐 눈과 입술, 푹신이의 귀를 매만지는 손길. 은지는 이제 더 이상 푹신이의 보호를 받는 아기가 아닌 겁니다.


다친 푹신이 곁을 지키는 친구입니다.












도망치는 푹신이를 끌어다가 할머니까지 함께 목욕을 하는 장면,  할머니 안에 있는 어린 아이가 튀어나오는 순간이죠.




은지 안의 어른이 나와서 푹신이를 보호했던 것처럼 어른 안의 어린아이가 튀어나와 동심의 세계를 만끽할 수도 있습니다.




불행에는 반드시 그와 동등한 가치가 감추어져 있다고 합니다. 불행한 일이 벌어질 때는 그에 버금가는 성장의 기회가 생긴다는 것이 만고의 진리인 듯해요.




일이 잘 풀리지 않아 힘들고, 누군가의 외면이 속상하고, 절망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해 존재 자체를 부정해 버리고 싶어지는 순간들이 펼쳐진다면, 그럴 때 그림책 <은지와 푹신이>를 한번 보시면 어떨까요?




이어지는 몇 번의 불행에도 스스로를 성장시켜 나가는 어린 은지와 여우 인형 푹신이를 만난다면.


우리도 우리의 불행에서 성장하는 삶의 이정표를 찾아낼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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