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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하LeeHa Oct 30. 2019

엄마사용법, 나는 어떤 엄마일까?

아이가 바라는 엄마 되는 법


2012년 창비 좋은 어린이 책 대상 수상작인 '엄마사용법'은 어른과 아이 모두에게 생각할 거리를 주는 책입니다.


엄마와 아이와의 올바른 관계뿐만 아니라 엄마의 역할 나아가서는 생명 존중 사상까지 여러 가지 내용들을 함께 생각해 보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답니다.  





먼저 간략하게 '엄마사용법'의 내용을 살펴보자면요. 주인공 현수는 아빠와 단둘이 사는 초등학생입니다. 아빠에게 생명장난감인 '엄마'를 사달라고 조르면서 이야기는 시작되지요.


생명 장난감은 조립식인데 완성하게 되면 강아지, 고양이, 공룡 등등으로 살아 움직입니다. 고객의 실수로 잘못 조립된 생명장난감은 '생명'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조업체에 의해 수거되고 말아요.


현수는 자신을 돌봐 줄 '엄마'가 절실하게 필요하다고 여기고 아빠를 설득해서 생명장난감 '엄마'를 배송받습니다.


혼자 조립을 하던 현수가 부품 모서리에 손가락 끝이 찔리면서 핏방울이 '엄마'의 가슴에 떨어지는 일이 생기는데요. 닦을 틈도 없이 곧장 스며들어 버리죠.  





'엄마'를 조립 후 현수는 동봉되어 온 '엄마사용법'을 보며 입술 아래의 파란 점, '깨어나기' 버튼을 누릅니다. 엄마의 온몸에 생명의 빛이 감돌며 엄마가 깨어나요.


그런데 이 '엄마'가 제 기능을 잘 못합니다. 알아서 현수를 챙겨줘야 하는데 미숙해요. 그러자 같은 반에서 현수를 괴롭히는 친구 하나가 '엄마'를 불량품이라고 놀리고 버려야 한다고 말하지요.


엄마는 다른 생명장난감 엄마들과는 다르게 말도 없고 알아서 해주는 것도 없습니다. '엄마 사용법'을 살펴보던 할아버지는 '엄마'사용법이 아닌 '전자제품' 사용법 같다고 말을 해요.


생명이 있다면서도 생명 없는 전자제품 대하듯 써놓은 '엄마 사용법'을 본 할아버지는 현수에게 조언을 하죠. 엄마는 처음이라서 아무것도 모르니 차근차근 하나씩 가르쳐 주라고 말입니다.




현수는 자신만의 '엄마사용법'을 발휘해서 엄마에게 인사하고 책 읽고 산책하는 방법들을 가르쳐 줍니다. 엄마는 금세 따라 배우고 현수와 마주 보고 웃을 수 있을 정도로 둘 사이는 돈독해져요.


하지만 그들에게 불행이 닥칩니다. 원래 생명장난감은 감정이 없어서 웃을 수 없거든요. 웃는다는 것은 제품 불량을 의미합니다. 앞집 할머니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제품 수거반에 의해 현수와 엄마가 쫓깁니다.


그때 도망치기 위해 엄마를 끌어당기던 현수는 깜짝 놀랍니다. 처음 배달되어 올 때의 엄마에 비해서 너무나 무거워져 있었거든요.




'엄마'의 무게는 곧 생명장난감 엄마에게 '마음'이 생겼다는 걸 의미합니다. 현수와 할아버지, 아빠는 '마음'이 생겨서 '진짜 엄마'가 된 '엄마'를 불량제품 수거반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애를 써요.


마지막은 해피엔딩인데요. 더 자세하게 쓰지는 않겠습니다.




'엄마사용법'이 던진 질문들



'엄마사용법'은 생명의 소중함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합니다. 생명장난감이라는 소재를 통해서 생명을 경시하는 풍조를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어요.


잘못 조립되었다는 이유로, 불량품이라는 이유로 생명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버려지고 단순 처리되는 과정을 보여 줍니다. 동화 속의 이야기들은 현실의 유기동물 증가와 결을 같이 한다고 느껴져요.  


또한 '엄마'의 역할에 대한 고민도 하게 합니다. 생명장난감인 '엄마'는 밥하고, 빨래하고, 청소하고, 아이를 깨우는 일을 해요. 그 안에는 '소통'이라는 것이 있을 수 없어요. 생명장난감에는 원래부터 '마음'이라는 중요 요소가 빠져 있기 때문입니다.


책을 읽으면서 저 역시 생명장난감 '엄마'처럼 공감 없이 아이를 대했던 적은 없었을까 돌아보게 되더군요.


아이에게 충분히 차고 넘치도록 '마음'을 주었는지, 일이 바쁘고 몸이 피곤하고 삶이 힘겹다는 이유로 '진짜 엄마로서의 본분'을 잊고 살았던 것은 아니었는지, 그 때문에 아이 가슴에 상처를 낸 것은 아니었는지... 반성하게 됩니다.  


동화 속 엄마가 '마음'이 생겨서 무거워진다는 설정은요. '마음'이 바로 '엄마의 존재감'을 나타낸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존재의 묵직함이 또 다른 존재를 향한 사랑으로 승화되는 과정을 현수와 생명장난감 '엄마'가 잘 드러내 주고 있어요.


서로에 대한 '마음'을 축으로 하여 애정 어린 일상을 공유하면서 동화 속 두 주인공은 생명장난감과 조립자의 위치에서 엄마와 아들, 진정한 모자 사이로 거듭나지요.  






엄마사용법에 근거한
내 아이사용법



엄마 조립을 마친 현수가 본 '엄마사용법'에는 아래와 같은 내용이 있습니다.


엄마를 사용하려면 깨어나기 버튼을 누르세요. 입술 아래쪽 파란 점입니다. 깨어나기 버튼이 제대로 눌러졌다면 파란 점은 빛과 함께 사라집니다. 엄마가 깨어나는 시간은 제품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기다려 주세요.


엄마가 깨어나는 중에 만지거나 흔들면 고장이 날 수 있습니다. 깨어나는 중에는 절대로 건드리지 마세요. 깨어날 때 엄마가 큰 소리를 낼 수도 있습니다. 고장이 아니니 놀라지 마세요. 깨어난 엄마는 처음 본 사람을 따르게 됩니다.     


<엄마사용법>  37쪽



이 부분을 읽으면서 저는 우리의 아이들에 대해서 계속 생각해 보게 되더군요.


우리의 아이들도 아이들마다 제각기 깨어나서 꽃 피우는 시간이 다 다를텐데요. 일찍 꽃 피우고 열매 맺지 않는다고 해서 아이를 이리저리 흔들어대면 '마음'이 고장 나 버리지 않을까요?


아이들이 깨어나고 있는 이 소중한 시간들을 어른의 잣대, 엄마의 시선으로만 재단하여 설계하지는 않았으면 합니다.


'마음'생긴 엄마가 더 이상 생명장난감이 아니었듯이, 원래부터 '마음'이 있는 우리의 아이들도 엄마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생명장난감이 아니니까요.


그동안 아이를 잘 돌보지 못했다고 해서 또 아이와 엄마의 관계가 좋지 않았다고 해서 실망할 필요도 없습니다. 우리에게도 생명장난감 엄마의 입술 아래쪽 파란 점처럼 우리를 각성시킬 버튼이 몸속 어딘가에 있을 거라고 믿으니까요.


그 '깨어나기 버튼'을 발견하고 눌러서 우리 안의 따뜻한 마음,  아이를 위하는 마음, 내 아이 남의 아이 할 것 없이 모두 사랑하고 존중하는 마음을 불러일으켰으면 좋겠습니다.


시대가 아무리 변해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을 바꾸는 힘은 '마음' 아닐까요? 그 '마음'을 좀 챙기면서 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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