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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아 Aug 28. 2022

우리도 사랑이라는 걸 해요

진솔하게 담아낸 나의 장애 이야기

 미디어에서 그려지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로맨스는 대부분의 경우가 그들의 사랑을 결혼이라는 제도로 묶어 놓은 후 후천적 질병이나 교통사고와 같은 사고 이후에 둘 중 하나가 장애인이 된 것으로 그려낸다. 시작부터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로맨스는 거의 없다. 안타까운 건 미디어에서 나서서 장애인은 무성적인 대상, 착취의 대상이나 온갖 불행 서사를 때려 넣는다는 점이다.

 척수염이 발병한 지 한 달도 안 된 그 시간에 7개월가량을 만났던 남자와 헤어졌다. 사랑이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단순히 실패했기에 사랑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은 아니다. 앞서 말했다시피 사랑이라는 고귀한 단어로 이야기할 만큼 가치 있는 관계가 아니었다. 그런 사람과의 이별 후 나는 진정 사랑을 할 수 있을까, 내가 죽을 때 나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울어줄 사람은 누굴까, 있긴 할까, 상상의 나래를 종종 펼치곤 했었다. 남편과의 첫 데이트 때 마음속에서는 싸움이 일어났다. '나 비록 몸은 불편하지만 어떠한 아픔 없이 밝은 모습이에요'와 '앞으로 내가 잘 살아낼지 두렵고 초조해요'의 싸움. 전자를 보여주어야겠다고 마음 먹었지만 예상과 달리 그는 내가 어떤 모습이든 상관없는 듯 보였다. 문제는 우리 둘이 아닌 곳에 있었다.

 남편과 연애를 시작할 때 보통의 연애라면 들을 필요가 없는 이야기들을 많이 들었다. 다른 뜻이 있어 접근한 건 아니냐, 단물만 쏙 빼먹고 버릴 것이다, 동정심을 사랑으로 착각한 것이 아니냐는 등의 나의 존재를 불쌍하고 하찮게 만들고 그를 분리수거도 안 될 쓰레기로 만들어버리는 그런 이야기들. 그들이 한 이야기 중 사실인 것은 단 하나도 없다.

 우리의 시작은 지극히 평범했다. 새파란 니트를 입고 인사를 하며 지나가는 그의 웃음에 내가 반했고, 화장기 하나 없는 나의 말간 얼굴에 그가 반했다. 내가 장애인임에도 불구하고 단단하고 건강한 내면을 가지고 있어서라든지 서사가 가득해서 사랑이 시작된 것이 아니었다. 그가 날 챙겨주는 것 또한 단순히 내가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지극히 애정으로 가득 찬 행동들이었다. 길을 걷다 인도 쪽으로 걷게 하기, 무거운 짐 들어주기, 음식점에 갔을 때 수저를 먼저 놓아주고 물을 따라주기와 같은 행동들은 모두 애정을 기반에 둔 것들이었다. 다른 연인들과 다른 점이 하나 있다면 그는 늘 나의 오른쪽에 선다. 오른팔이 살짝 빠져 있는 나를 배려하기 위해 오른편에 서서 더 이상 팔이 빠지거나 어깨 근육과 인대가 늘어나지 않도록 오른손을 잡아준다.

 5년을 연애하고 결혼을 하게 되었을 때 그 한 명을 얻고 수십명을 잃었다. 수적으로 비교할 부분은 아니지만 감히 비교하자면 하나를 얻기 위해서 수십명을 잃은 건 손해가 아닌가 할 수는 있다. 나를 함부로 재단하고 평가한 그들보다 그대로 받아들여준 한 명이 더 귀했다.

 언제  번은 남편에게  만난 것을 후회한 적은 없는가에 대해 물어본 적이 있었다. 후회 없는 선택이 어딨어, 무엇을 선택하든  후회는 , 그중에 후회가 적은 부분을 선택한 거야, 라는 그의 대답은 오히려  편안함에 이르게 했다. 후회 없는 선택은 없으므로 우리가 선택한  결정에 뒤따르는 작디작은 후회들을 기꺼이 수용하기로 했다. 사랑과 애정이 가득한다 한들 언제나  밝은 아침일 수는 없다. 해가 중천까지 떠서 뜨거울 때도 있을 것이고 해가 질 무렵엔 땅거미가 지는 어스름이 와 서늘해지기조 한다. 해는 매일 떠오르고 지고 언제나 그렇듯 밤은 찾아온다. 저무는 해를 바라보며 나의 오른편에  그의  손을 잡으며 떠오르는 해를 바라볼 것이다.

 우리 사랑에 특별한 건 없다. 그대들이 하는 사랑을 우리도 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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