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고 죽는 것은 책의 겉표지나 뒤표지와 같다’라는 유대인의 속담처럼 삶과 죽음은 한 맥락인 것이 아닐까.
작가 엘봄 미치는 루게릭 병에 걸려 죽어가는 노스승 ‘모리’와의 대화를 엮어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이라는 책을 썼다. 어떻게 죽음을 준비할 수 있느냐고 묻는 제자의 질문에 모리는 이렇게 답한다.
“매일 어깨에 작은 새를 올려 놓는 거야. 그리곤 새에게 ‘오늘이 내가 죽는 그날인가? 나는 준비가 되었나?’라고 묻는 거지. 어떻게 죽어야 좋을지 배우게. 그러면 어떻게 살아야 할지도 배우니까.”
내 어깨 위에도 작은 새 한 마리를 얹어 두고 있다. 잠시 보류된 죽음 이후엔 덤으로 주어진 날들을 살아가고 있는 셈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언제 죽음이 찾아오더라도 억울하진 않을 것 같다. 어설프게나마 죽음을 겪은 후, 행동이나 말을 할 때 늘 매듭의 모양새가 되도록 의식적으로 매만져 보는 습관이 생겼다. 매듭짓지 못한 끝이 가시가 되어 나의 죽음을 괴롭히지 않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