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관계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는 만능 열쇠라도 되는 양 ‘자존감’을 숭배하고 떠받드는 풍조가 있는 듯 하다. 하지만 소위 말하는 ‘자존감’이란 잘 팔리는 하나의 ‘허상’에 불과한 것이 아닐까?
세간에서 말하는 ‘자존감’이란 사실 ‘인기’라는 말에 좀 더 가까운 듯 하다. 같은 맥락에서, 철학자 에리히 프롬은 ‘자존감’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보였다. 그에 따르면,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결국 모든 사람이 좋아하는 ‘인격’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인성도 뛰어나야 하고, 사회가 요구하는 긍정 에너지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이것은 곧 그 사람의 인기 수준과 연결된다. ‘자존감 높이는 비법’이 궁극적으로는, 남들에게 인기를 얻는 법, 남들이 좋아하는 사람이 되는 법이라니 참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고 보면 ‘높은 자존감’이란 소수의 사람에게 허락된 ‘인격적 성공’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무엇이 그 ‘타인들’을 그렇게 특별하게 만드는지 매우 의문스럽다. 전지전능한 신도, 처분을 내릴 재판관도, 시비를 가릴 감독도 아니지 않은가. 그들 역시 우리와 같이 불완전한 존재이자 인간일 뿐일텐데 말이다. 애초에 내가 아닌 다른 사람들이 나의 자존감 점수를 매길 수는 없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