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이고 싶지만 혼자이긴 싫어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의 주인공 ‘동백’의 대사 중 내 인생의 가장 큰 서러움을 단 한 줄로 정리한 말이 있다.
“그냥 어렸을 때부터 사람들이 저를 이상하게 안 좋아하더라고요. 묘하게 그늘졌다나요.”
응달에 떨어진 양말 한짝처럼, 나는 내가 늘 멋쩍고 어색했다. 구깃구깃 주름진 부분마다 그늘이 서려 있었다. 세상 태평한 듯 사는 이들 곁에 서면, 내 어둠이 더 도드라져 보였다. 지저분하게 묻은 흙먼지와 때를 감추며 살기엔 세상이 너무 밝은 것 같았다.
항상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길 원했다. 하지만 스스로를 용납하지도 못하는 내가 과연 그럴 자격이 있는지 의문스러웠다. 늘 불안하고 외로웠다. 혼자이고 싶지만 혼자여서 괴로웠다. 땅에 뿌리를 내리지 못한 채 둥둥 떠 있는 기분이었다.
‘내 안 깊은 곳의 생각과 마음은 결코 아름다운 것이 아니다. 저 사람과 가까워지고 싶지만 점점 더 가까워져 나의 진짜 모습을 알게 된다면, 그래도 저 사람은 내 곁에 남아 있을 것인가?’
모두가 나를 좋아해 주길 바랐지만, 모두가 나를 싫어하게 된 이 상황은 대체 무슨 아이러니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