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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날 Mar 07. 2023

Q. 이상적인 휴가란?

A. 새롭고 짜릿한 모든 것입니다.


‘이상적인 휴가’라는 말을 들었을 때 떠오른 것은 인피니티풀이 탁 트임과 동시에, 목재로 지어져 자연 친화적인 한편, 나무가 우거진 시원한 숲 속에 자리하였으며, 전체적인 모습이 고색창연한, 어쨌든 좋은 것은 다 짬뽕해 놓은 어느 가상의 리조트였다. 나는 독채 풀빌라에서 오전 내내 수영을 하다가 잠시 쉬려던 참이었다. 선베드 옆 테이블에는 럼이 진한 피나콜라다와, 고급 재료가 들어간 수제 버거가 준비되어 있다. 정말 재미없고 상투적이지만, 버튼 눌린 스프링 인형처럼 자동적으로 튀어나오는 생각이니 어쩔 수 없다.


별 게 있을 리 없다. 생계가 됐든 뭐가 됐든 지겨운 만사를 제쳐두고 반죽처럼 늘어져 쉴 수 있다면 그게 이상적인 휴가가 아닐까? 인생의 수많은 톱니바퀴들 사이에서 이리 끼이고 저리 끼이며 너덜 해진 살과 뼈가 슬슬 제 모습을 찾고, 켜켜이 묵은 먼지 같은 한숨이 한순간 벚꽃으로 변해 날아가는 것이다. 어느 전래 동화에 등장하는 뼈 오를 꽃, 살 오를 꽃, 숨 오를 꽃이 떠난 혼을 살려내는 모습과 같다.


이상적인 휴가는 어린 시절에나 넘쳤던 호기심을 다시 자극한다. 나의 눈이 그때의 별처럼 다시 반짝이게 한다. ‘와!’ 하고 아이처럼 감탄하게 만든다. 이 세상에는 볼 것과 들을 것과 맛볼 것과 또 기타 등등 누려야 할 것들이 이렇게나 많구나! 이렇게 영영 살고 싶다,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휴가의 핵심은 ‘호기심의 재발굴’이다. 다만, 앞서 말한 짬뽕 리조트에서 보내는 3박 4일은 너무나 짧다는 점에서 이상적이지 못하다.


매일이 휴가인 마냥, 일상 자체가 생경했으면 좋겠다. 살짝은 두려워하며, 여전히 탐험하는 마음으로. 이 세계를 궁금해했으면 좋겠고, 더 알고 싶다는 욕구가 일었으면 좋겠다.


‘중요한 것은 무엇을 보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보느냐 ‘라는 말이 있다. 식탁 위에 굴러다니는 건포도 한알이라도 새삼스럽게 본다면, 그마저도 어쩌면 우주 탐험 못지않을 수 있다 (조금 과장이긴 하지만 말이다). 건포도 휴가, 비스킷 휴가, 노트와 펜 휴가, 맥주나 하이볼 휴가 따위가 많아졌으면 좋겠다. 나에게는 나날이 이상적인 휴가나 다름없다고, 주어진 순간을 기뻐하고, 늘 발견하는 마음으로 살았으면 좋겠다.


아래는 가장 좋아하는 시 <순수의 전조> 중 한 구절이다. 동심을 가진 자의 영원한 휴가는 이런 모습이 아닐까. 동시에, ‘이상적인 휴가’에 대한 나의 최종 답변이다.


‘한 알의 모래에서 세계를 보며, 한 송이 들꽃에서 천국을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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