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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하 Feb 13. 2018

여유를 여유롭게

오늘이 행복한 사람







스텝이 하는 일








 잔뜩 겁을 먹고 시작한 게스트하우스 스텝 일은 생각보다 힘들지 않았다. 다른 게스트하우스의 스텝일은 잘 모르겠지만 내가 일을 시작한 이곳에서는 크게 어려운 점은 없었다. 나 외에도 다른 스텝들이 여러 명 있어서 일주일에 이틀만 일을 했고, 하는 일은 조식 안내와 체크인 체크아웃을 도와주는 일, 그리고 저녁에 게스트들을 모아 파티를 열어주는 일이었다.
 조식 안내를 위해 평소보다 삼십 분 정도 일찍 일어나서 게스트들을 챙기고, 체크아웃을 하는 게스트들을 배웅해주는 일이 끝나면 여유로운 시간이 찾아온다. 그 시간은 지난밤 활발한 파티가 열리던 거실은 햇살의 소리도 들릴 것 같이 조용하다. 나는 체크인 시간이 되기 전까지 거실에 앉아 티비를 보거나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러다 문득 '이렇게 시간을 보내도 되는 걸까?' 싶었다. 생산적인 일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강박에 불안감이 밀려왔다.


'시간 낭비일지도 몰라'


나는 바쁘게 달려야 하는 일상을 피해 제주도로 왔으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은 시간들에 대해 다시 스스로 죄책감을 느끼고, 불안해하고 있었다. 아마 최근에는 느껴보지 못한 막연한 여유에 겁을 먹었던 것은 아닐까.





뭐라 하는 사람도 없고, 더군다나 할 일도 없는데 누가 쫓아오는 것만 같고, 잠시 멈춰 서면 몸 가득 울리는 심장의 불안함 두근거림이 느껴졌다. 여유를 여유롭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런 나를 마주하니 조금 심각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크게 한숨을 내쉬고, 펜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소파에 발을 쭉 뻗고 가만히 누워 햇살의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나는 다시 찾은 제주에서 여유를 배우고 있다.












제주일기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걱정을 하며 살아간다.

돈이 많으면, 똑똑해지면 행복해지는 것일까?
같은 걱정은 아니겠지만 결국 모두 아픈 마음 하나씩은 안고 살아가더라.


결국 오늘이 행복한 사람이

정말 행복한 사람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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