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9. 요즘 근황
# 함께하면 더 좋을 플레이리스트
https://www.youtube.com/watch?v=kSiHQpz5gLM
<숨 @Pidalso 피달소>
현재 시간 아침 7시 01분.
토트넘의 손흥민 선수가 마침내 메이저 대회 우승컵을 드는 모습을 보며 잠에서 깨었다.
몽골 여행기는 언제 마무리하려고 일기로 돌아왔나.
재깍재깍 글을 쓰지 않는 것은.. 역시 핑계지만 삶의 모습이 급변했기 때문이다.
몽골에서 돌아온 뒤엔 퇴근을 하면 머리 박고 영상을 만들고, 여행기를 썼다.
여전히 오랜 시간을 투자해야만 결과물을 내놓을 수 있다.
드문드문 창작에서는 탁월함이 자라날 수 없는데,, 스스로에게 자꾸 아쉽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쌓는 동안 펜션과의 상주직 계약서에 서명을 했다.
내일 웬만한 짐들을 펜션으로 옮기기로 했다. 늦은 퇴근을 하고 계약 기간이 반년은 남은 아파트에서 필요한 짐들을 챙긴다.
용달 기사님과 약속한 시간이 빠듯하기에 큰 짐들도 미리미리 꾸려둔다.
늦은 시간에 발생시키는 소음으로 주변 이웃들에게 피해가 갈까.. 죄송스러운 마음에 조심조심 정리한다.
무슨 짐이 이렇게 많은지. 죄다 당근 해야겠다.
미니멀리스트를 꿈꿔왔는데 잘 됐네.
짐을 다 꾸렸다. 내 차에도 실을 수 있는 것들을 다 실어두었다.
어수선한 거실. 침대에 앉아 비뚤어진 식탁에서 늦게나마 끼니를 때운다.
- ....이게 맞나..?
이 방에 처음 왔던 날을 생각한다.
도자기를 해보겠다고 이곳저곳 찔러보다가 어찌어찌 운 좋게 직장을 구해 살게 된 이 아파트.
이렇게 떠나니 못내 아쉽다는 전라도 컨테이너 공장 식구들의 축복과
제 발로 부동산을 찾아본 적 조차 없던 초짜인 나를 위해 같이 뛰어줬던 친구들의 노력.
기쁘면서도 복잡했던 마음을 토닥여줬던 그녀의 응원.
그런 것들이 떠올랐다가 다시 가라앉는다.
나는 1년을 조금 넘기고서는 또다시 새로운 삶의 모습을 찾으려고 한다.
잘 모르겠다.. 지름길은 모르겠고 방향이라도 얼추 맞았으면 하는데..
며칠 전 주말엔 어머니의 생신이 있었다. 새삼스럽게 본가에 가서 미역국을 끓이고 싶었다.
그렇지만 숙박업은 주말이 가장 바쁜 법. 휴가를 요청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앞서 여행 덕에 길게 쉬고 온 것도 있었고.
덕분에 한숨을 푹. 쉬었다.
주말을 바삐 보내고 돌아온 평일. 그리고 이삿날.
의도치 않았지만 마침 내 생일과 겹쳤다.
집에서 펜션까지 두 번은 왔다 갔다 해야 할 양의 짐인 줄 알았는데
용달 기사님의 테트리스 신공으로 한 번에 짐을 옮길 수 있게 되었다.
조금 뒤에 출발하겠다는 용달 기사님을 뒤로한 채 먼저 펜션으로 출발했다.
연이은 방지턱에 속도를 줄였다.
더는 생일을 특별하게 여기지 않게 되었다고 생각했지만
오늘도 부산스러운 내 하루를 생각하니 조금 우울해졌다.
펜션에 도착해 짐을 풀 준비를 하는데 멀대표와 다이어터가 도착했다.
- 고생 많네요! 밥 못 먹었죠? 우리 밥 먹고 합시다.
- 아, 저 용달 기사님이 짐 실고 오고 계셔서.. 금방 도착하실 것 같아요. 짐 먼저 내려야 할 것 같은데 먼저 드세요!
그렇게 답하고 짐을 내리고 있는데 펜션 주인 어머님에게 전화가 온다.
- 오늘 귀빠진 날이라며? 미역국 해놨으니까 얼른 와!
외할머니 뻘인 이 사람의 말 마저 흘릴 수는 없다. 가서 인사라도 하고 와야지.
낡은 간이문을 열고 어머님이 계신 집으로 들어간다.
소란스러운 걸 보니 멀대표와 다이어터도 집 안에 있는 것 같다.
어? 아직 식사하러 안 가셨나? 하고 집 안의 문을 여니 이게 웬걸.
그냥 지나칠 수도 있었는데 생일을 챙겨준다고 펜션 식구들이 나름의 모의를 했나 보다.
마음이 몽글몽글해졌다. 낯간지럽게 생일 축하 노래도 불러준다.
- 사진 찍어도 돼요? 부모님에게 보내드려야겠어요. ㅎㅎ
당최 얼굴보기가 하늘의 별따기인 장남은
이런 식으로라도 부모에게 잘 살고 있다는 어필을 해야 한다.
식구들은 집들이 기념으로 함께 삼겹살 파티까지 해주었다.
올해는 혼란으로 점철된 생일인가 싶었는데
참 감사하게도 외롭지 않은 하루를 보내게 되었다.
고마워요..!
내적 바쁨이 해소되지 않는 가운데 새로 시작한 취미가 있다.
그건 바로 국궁.
20대 중반, 서울에서 자취할 때부터 가봐야지 벼르고 있었는데.
마침 펜션 근처의 국궁장을 발견해서 홧김에 방문했다.
간단한 설명을 들은 뒤 입회비를 내고 배우기 시작했다.
한창 게임으로 여가를 보내던 시절, 멀리서 야비(?)하고 치명적이게 적을 제거하는 궁수나 저격수 캐릭터를 좋아하던 나다.
그러니 당연하게도 구상하고 있는 소설 속의 주인공은 활을 주로 사용한다.
작가의 경험은 글을 생동감 있게 만들어 줄 것이라는 믿음은 나를 국궁장으로 향하게 했다.
이렇게 나름의 이유가 있지만 활을 잡은 결정적 요인은
복작한 머리의 스위치를 잠시라도 끄기 위해서다.
컴퓨터도 너무 오래 켜두면 메모리 누수가 발생하여 성능이 떨어지는데, 대담하지 못한 나라고 별 수 있겠는가.
'관중이요!!!'
우리 활을 쏘는 상상을 하면 쫘악 시위를 당겨 멧돼지가 그려진 과녁에 정확히 꽂히는 그림이 그려진다.
나도 그렇게 생각했지만 처음부터 화살을 막 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아니, 해보라고 해도 활과 내 팔을 망가뜨리게 될 것이다.
애초에 현을 만작(활시위를 끝까지 당기는 것) 하기도 쉽지 않다. 몸이 바들바들 떨린다. 평소 사용치 않던 근육을 쓰기 때문이다.
지금은 거울을 바라보며 선배들이 일러준 자세를 연습하는 단계지만
발가락부터 머리끝까지 올바른 자세와 과녁에 대해 집중하고 있으면 그것만으로도 잡생각이 싹 사라진다.
이 취미를 감사히 여기고 꾸준히 연마해보려 한다.
펜션 업무에 대한 숙달과 관리자 마인드 함양은 차분히 익혀간다 치고
정말 중요한 건 이런 환경에서 글 쓰는 습관을 굳건히 다지는 것이다.
너무 오래 멈춰버린 소설 연재를 다시 시작하는 것이다.
해가 하늘에 가득 차있을 때 심신이 평온치 않다면
하루 중 평온한 시간을 찾아 글쓰기에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것이 온당하다.
새벽 6시에서 아침 9시 사이에. 잠들기 전 두 시간 정도가 '평온 시간'인데,,
잠을 일찍 자서 새벽 다섯 시쯤 일어나 자판을 두들기던가(판타지)
못해도 7시엔 일어나서 눈곱 떼고 무슨 말이든 적는 것을 습관으로 만들어야 한다.
아무튼 방해받지 않는, 고요하면서도 밀도 있는 이 시간을 최대한 확보하고 집중해야겠다.
여행기부터 언능 끝내자! 기억 다 지워지겠다.
(오늘도 새벽 작문 성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