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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닐고 싶어 이골이 난 돌멩이의 잃어버린 일기장

050. 부여 2주 살이

by 한량돌


노! 는! 게! 제일 좋! 아!





# 함께하면 좋을 배경 음악

https://www.youtube.com/watch?v=fVxm3b04jlc&list=RDfVxm3b04jlc&start_radio=1&t=645s

<comfortable autumn [ lofi mix / chillhop / chill beats ] work / study music>





일기는 정말 오랜만이다. 올해 5월 말까지 썼다가 펜션에서 도망쳐 나오게 되면서 정신 차리는데만 몇 개월이 걸린 건지.

최우선 글감인 대체 역사 소설 ‘도이 이야기’는 톱니 한쪽이 빠져버려 영업중지 상태로 돌아갔다.

그나마 신세 한탄하며 간간히 써오던 ‘도이에게 쓰는 편지’는 <오늘 글 쓰기는 패스!>라는 기가 차는 관성에 휩쓸려 가버리고.. 나는 모르모르 모르쇠… 갈 길이 먼데 이럴 때가 아니라고 자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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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일기 쓰기를 재개한 연유를 줄줄이 적어보자면.


1. 더 이상 도시가 아닌 소규모 지방으로 거주지를 개척해야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2. 어떻게 하면 정신적 + 육체적 흔들림 없이 지속 가능한 지역 생활을 할 수 있을 것인지 고민했다.

3. 여러 지자체에서 지역 이주 체험판인 한 달 살이 프로젝트가 펼쳐지고 있는 것을 확인했고, 일단 백수가 되었다(응?)

4.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부여의 그것이 마침 새로운 기수를 모집했다.

5. 지원했고, 멋지게 최종 합격했다.

6. 이렇게 여유 있게 노는데 글을 안 쓸 이유가 없다!


하여 이렇게 일기 겸 체험기를 쓰게 되었다는 것이다.

매일 쓰고자 하지만 자신은 없다. 그냥 냅다 쓰는 거지 뭐.

엉덩이야 불타올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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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만 같았다.


20대 초반, 좋은 인상으로 가슴에 남아있던 친구들과의 충남 여행지.

전국에서 손에 꼽을 정도로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고 있는 청년 유입 지원 캠프를 운영하는 곳.

역사 문화 자산이 풍부한 데다, 각종 대도시 접근성도 나쁘지 않은 바로 이곳!

게다가 숙박비, 식비, 체험비 전액 지원?!


내가 이런 프로젝트에 합격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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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프로젝트는 ‘부여안다’라는 청년 공동체가 운영하고 부여군이 지원하고 있다.

‘부여안다.’ 발음하기에 따라 ‘I know 부여.’라는 뜻도 되고 ‘두 팔로 힘껏 안다.’라는 뜻도 된다. 처음 지원할 때는 후자에 대한 의미는 생각조차 못 했었는데, 캠프가 시작되기 며칠 전 갑자기 후자의 의미가 스륵 떠올랐다. 생각할수록 마음이 참 따뜻해지더라.


그래, 내가 전라도에서 막노동하면서 음악 만들 때는 고립감을 느꼈던 거다.

약해빠진 내가 3년 버틴 게 용한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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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프 시작 첫날이 되었다.


약속 장소에는 역시나 부여[안ː따]라고 발음하시는 운영진 한솔님을 비롯한 네 분의 운영진 분들이 계셨다. 그리고 속속들이 모이는 참가자들.


운영진 분들은 어색한 분위기를 풀어주기 위해 능숙한 솜씨로 스몰 토크를 진행했다. 웃음이 조금씩 피어난 뒤에는 2주 살이 캠프 소개가 있었다.

그리고 이어진 각자 자기소개 시간. 오랜만에 여러 사람 앞에서 나의 얘기를 밖으로 꺼내니 가슴이 두근두근 뛰었다.


참 신기한 게 ‘지역 살이 지망생’이라는 ‘여과’를 통과한 사람들이어서 그런지 처음 만나는 낯선 사람들임에도 서로 비슷한 점이 많았다.

자연과 초록이 좋은 것은 물론이요, 빡빡한 도시보다는 여백이 있는 생활을 꿈꾸는 것이라던지. 내가 뭘 원하고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싶은지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 말이다.

둥글게 둘러앉은 우리는 어디 가서 공감받기 어려운 이야기들을 나누며 서로의 말에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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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만남 일정이 끝나고 제비 뽑기를 통해 숙소가 배정되었다.


이번 캠프에서는 나를 포함해서 남자는 둘 뿐이라, 당연히 그 분과 둘이서 방을 쓰겠거니 생각했다. 그러나 예상과는 달리 랄랄라 1인실을 배정받았고, 마침 제비도 좋은 것을 뽑아 큼지막한 안방에서 2주간을 머물게 되었다.

다른 작은 방을 쓰는 남자분에게는 미안한 마음이지만 방이 너무너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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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kaoTalk_20251118_004854346.jpg 이걸 2주씩이나 누려도 되는 걸까?

마침 탁자와 의자가 있는 큰 방. 오예! 글을 보다 편히 쓸 수 있는 환경이다.

냉장고, 세면대, 전자레인지, 킹사이즈 침대보다 이게 더 소중하다.


숙소 위치도 참 좋다.

1층은 카페, 2층은 독채인 숙소에서 동쪽으로는 ‘정림사지’가 보이고, 남쪽으로는 부여의 자랑인 고대 공원 ‘궁남지’가 있는데, 역시 무리 없이 걸어서 갈 수 있다. 서쪽으로는 백마강이 흐르고 있다. (내일부터 아침에 달릴 걸 생각하니 가슴이 뛴다. 낯선 곳에서의 달리기는 도파민 폭발이라구!)

숙소에서 나와 30초만 걸으면 나오는 대로변에는 평소 통행량 자체가 많지 않아 소음도 없다. 모퉁이에 위치한 CU도 크기가 제법이다. (캠프 일정 끝나고 언제든 치킨과 막걸리를)

조금만 더 가면 중앙 시장과 먹자골목, 시외버스터미널도 위치해 있어서 먹거리, 놀거리가 풍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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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의 휴식을 취한 뒤 저녁 식사를 하러 갔다.

사장님이 둘인데, 한 분은 음식, 한 분은 전통주를 담당한단다.

이분들도 타지 사람이었지만 얼마 전 부여로 이주한 뒤 가게를 개업해서 청춘을 멋지게 빛내고 있었다.


그들이 내온 음식들은 눈과 입을 모두 만족스럽게 만들었다.

특히 통표고버섯튀김(?), 된장트러플파스타가 맛있었다. 자꾸 술 생각이 나는 걸 보니 술집으로서의 역량을 제대로 발휘하고 있는 듯하다. 직접 만든다는 상큼 발랄한 ‘감탄주’는 선물용으로 제격이었다.


https://naver.me/xGFMMFN9

술집 영업 외에 나만의 술 만들기 체험도 진행하고 있다고 하니 부여 관광 코스에 넣어봐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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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를 하면서 캠프 식구들과 한 발짝 더 가까워졌다.


내가 그리고 싶은 미래를 앞서 걸어가는 사람들.

그리고 함께 같은 미래를 그리고 있는 사람들과 나눴던 대화는

곧 마주하게 될 크리스마스트리처럼 풍성하고 반짝였다.


내일은 하루 종일 부여의 역사 문화 관광이 예정되어 있다. 으아 재밌겠다!


타지에 오니 노곤노곤 기분이 딱 좋은 게 잠이 잘 올 것 같다.

딥따리 큰 침대에서 퍼지게 자야지.


추워진 날씨 유의해서 몸 건강 마음 건강 잘 챙기자.

아 맞다. 이따가 첫눈이 온다는데, 볼 수 있을까? 두근두근..









*아래는 부여안다 상상위크 관련 정보들




https://brunch.co.kr/@shosana/213


https://www.youtube.com/channel/UCxWD96jgSpbgzcl1_SauYEA


https://www.monthler.kr/programs/3165




#부여안다 #부여 #부여군 #부여군청 #부여2주살이 #부여살이캠프 #상상위크 #한달살이 #인구소멸도시 #나는남부여의공주부여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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