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3. 개구리와 연못
"야 도랭이! 이 개구리 죽여봐."
다른 아이들보다 유달리 몸집이 큰 걸수가 초록 개구리를 도이에게 내밀며 말했다.
"난 도랭이가 아니라 도이야! 헤헤."
도이가 방방 뛰며 말했다.
"자식, 듣자 하니 여태껏 토끼 하나조차 못 잡아서 아직도 어미젖 없이는 못 산다지? 그런 놈은 우리 모꼬지에 둘 수 없어!"
"그래, 걸수 대장말이 맞아!"
"맞아! 우리까지 비웃음 사게 만들지 말고 저리 꺼져!"
걸수 패거리의 소새와 다로가 맞장구쳤다.
"아냐! 난 겁 안 나! 그냥.. 죽이기 싫을 뿐이야!"
걸수가 눈을 얇게 포개며 말했다.
"도랭이 너 사실대로 말해. 넌 그저 겁쟁이일 뿐이잖아."
"아냐 난 용감하다구!!"
"그래? 그럼... 좋아. 저기 선돌에서 이 연못으로 뛰어내려봐! 그럼 우릴 따라다녀도 좋아."
"맞아 대장! 그건 무엇도 죽이지 않으니까 제 말대로 할 수 있겠지!"
다로가 재밌겠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
"하, 할 수 있어!"
"그래? 얘! 소새야! 이 자식의 용기를 시험해 보자고! 같이 올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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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제 뛰어봐!"
생전 처음 올라와보는 높이에 도이의 무릎이 벌벌 떨려왔다.
"꼼지락대지 말고 빨리 뛰어! 소새! 막대기로 저 놈 등 찔러!"
소새는 잽싸게 기다란 나뭇가지를 주워와 도이의 등을 찌르기 시작했다.
"난 겁쟁이 아니야!! 그런데.. 그런데 발이 안 떨어진다고!"
"하하하! 저 멍청한 놈 역시 겁쟁이였어. 너희 어미와 단이랑 어찌 저리 다를까? 너 혹시 주워 온 자식 아니냐?"
다로도 웃으며 맞장구쳤다.
"키키킥.. 대장 저 자식 저러다 오줌이라도 싸는 거 아닌가 몰라!"
"오, 그건 또 그거대로 재밌겠어! 킥킥.."
그때였다.
"걸수 너 이 새끼, 내 동생한테 무슨 짓이야!"
땔감을 한 아름 지고 안부를 내려오던 서기가 벌어진 광경을 보며 소리쳤다.
"오호~ 겁쟁이 동생에 껄떡이 형 등장이라."
걸수가 팔짱을 끼며 흥미롭다는 듯 말했다.
"도이 너 빨리 거기서 내려와!"
"잠깐! 그건 안 되지~ 도랭이 저 자식 용기를 시험해보고 있는데 말야. 소새! 그 자식 도망 못 가게 막아!"
"응 대장! 넌 한 걸음도 못 도망간다! 히히."
"지랄하지 마! 돼지 같은 놈아!"
서기는 등짐을 내던지고 곧바로 소새에게 돌진했다. 밑에 있던 걸수와 다로도 나무 막대를 들고 그쪽으로 뛰어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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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퉤! 한주먹 거리도 안 되는 놈이 멋있는 척은! 항상 재수 없는 새끼.
도랭이 너 이 자식, 앞으로 우릴 따라다니면 이 정도로 안 끝낸다. 얘들아! 우린 노루나 잡으러 가자!"
"형아 괜찮아? 많이 아프지.."
탱탱부은 볼을 만지며 아파하는 서기에게 도이가 무릎을 꿇으며 말했다.
"뭐 하는 거야 멍청한 놈아! 여기 연못이 얼마나 낮은데! 뛰어내리면 죽어! 그리고 내가 저 자식들하고 어울리지 말라고 했잖아!"
"자미 이모가 걸수 형이랑도 잘 지내라고 했단 말이야.. 미안해 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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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이야. 오늘 걸수가 서기를 때렸다고 하는구나. 도이를 구하겠다고. 서기 얼굴이 말이 아니야."
이불을 펴던 단이가 놀라며 말했다.
"예 어머니? 또요? 아아.. 안 되겠어요. 제가 자미 이모님 찾아가서 단단히 말하고 올게요."
"아서라. 자미에게는 어미가 내일 궁에 가서 얘기하마. 그건 그렇고 도이도 이제 칼을 쥘 수 있을 만큼 컸으니, 네가 시간을 내어 가르쳐 주어야겠다."
"네 어머니. 그렇게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