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통의 길

민음사 '인생일력' 데일리 명언 에세이 1 :  2021년 1월 1일

새로운 시작에 형통의 길이 있다. 
-주역

'형통(亨通)', 모든 일이 뜻과 같이 잘되어 간다는 '만사형통'의 의미로 새로운 날을 시작하는 1월 1일에 마음 속으로 새기고 싶은 단어이다. <주역>은 주나라 문왕과 그의 아들 주공이 완성한 책으로 우주 만물의 이치와 원리를 설명하고 풀이하여, 인간사의 길잡이 같은 역할을 해준다. 주역을 완성한 주공은 형 무왕을 도와 주나라를 건국하고 시스템을 구축한 사람이다. 정말로 주공의 눈에는 세상이 품은 거대한 흐름을 다 꿰뚫어 볼 수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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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12월 31일은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하는 것에 대한 들뜬 분위기가 올해는 팬데믹이라는 상황 속에서 조용하게 지나가고 있다. 연말시상식이 진행되고 있는 지도 기사로 간간히 보는 게 전부이고, 그마저도 마스크 쓴 상태로 시상을 하러나오는 연예인들의 풍경이 낯설기만 하다. 다들 새해맞이 해를 보러 여행스케쥴을 잡고, 매년 잡히는 송별회와 모임 스케쥴 없이 조용히 이 코로나가 종식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그 어떤 기사보다, 코로나 19의 확진자 숫자를 확인하는 기사를 더 많이 보고 되는 2020년의 마지막 날과 2021년의 첫 날은 그저 건강하게 지내자라는 형식적인 인사가 간절한 마음으로 전달하게 되는, 그렇게 서로의 안부를 묻고 걱정할 뿐 막상 코앞에 다가온 새로운 날, 새로운 길을 들여다볼 여유가 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래서 더욱 연말 분위기가 안났겠지?

그래도 새로운 시작에는 '형통'의 길이 있고 우리는 그 시작을 한 것만으로도 '형통'하게 되겠지. 주역이 제시하는 길들을 짚어가면 모든 만물의 원칙은 끊임없이 변화하기 때문에, 강했던 것은 약한 것으로 가고, 약한 것은 다시 강해질 것이라고 믿으며, 2021년의 첫 날에는 형통의 길을 믿고 첫 발을 디디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