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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두 Feb 09. 2021

올해 겨울은,

민음사 '인생일력' 데일리 명언 에세이 5 : 2021년 1월 5일

겨울바람이여
볼이 부어 쑤시는 
사람의 얼굴

-마쓰오 바쇼의 하이쿠





2021년 1월 4일 ~ 1월 8일 날씨(캡처 : 네이버 2021-01-04)

 

 민지는 겨울을 좋아하지만 2021년의 겨울은 참으로 매섭다고 느끼고 있다. 작년 겨울과 비교해본다면, 이번 겨울은 정말 겨울답게 참 춥다. 지금 경기도 화성에서 직장을 다니는 민지는 이번 주 날씨를 검색해보았다. 

 금요일이 1월 9일에는 -18°, 강원도 철원은 최저기온이 -23°라고 한다. 최근에 이 정도로 기온이 떨어진 적이 있었을까. 강원도나 경기도 북부 쪽에서 지내본 적이 없었던 민지에게는 그 추위가 상상이 안 되는 온도이다. 한편으로는 작년 겨울이 겨울답지 않게 따뜻해서 올해 더 춥게 느끼는 것일 수도 있다. 그리고 그 흔하고 흔한 붕어빵 가게를 코로나 19의 여파인지 요즘은 통 보기가 힘드니 이 얼마나 냉랭한 겨울인가.




 1월 5일 오늘은 '소한'이다. '소한'은 24절기 중 23번째 절기로 작은 추위를 말하기도 하고, 겨울 중 가장 추운 때이라고도 한다. 작년 겨울을 생각하면 '소한'과 '대한'이 언제 지나간지도 모르게 따뜻했다면 이번 겨울은 꽁꽁 얼어붙는다는 것이 이 느낌이구나 할 정도로 정말 강한 한파를 소한이 몰고 온 것 같다. 오죽하면 '대한이 소한의 집에 가서 얼어 죽는다.'라는 속담이 있을까. 


  겨울이 '하이쿠'와 같다고 생각한다. 겨울에 대한 단상을 시로 표현하거나 겨울이라는 계절과 가장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이 시의 형태는 가장 짧지만 매섭고, 침묵하는 것 같지만 그 안에서는 다음 계절을 치열하게 준비하는 절제와 여백이 담긴 겨울과 같은 인상이 있다. 특히 하이쿠는 5.7.5의 리듬감을 중요시하고, 계절을 나타내는 말인 '기고'가 들어가야 한다. 그만큼 하이쿠에는 계절의 흐름과 규칙이 담겨있고, 나아가 생성과 소멸을 반복하는 생과 사의 한 단면이 담긴 문학이라고 생각한다. 


 겨울바람이 사람의 볼이 부어 쑤실 정도로 차지만, 사람의 생에서 저지르는 해악들은 세상을 붓고 쑤시게 한다. 코로나 19가 우한에서 터지기 시작했을 때 우리나라는 다른 어느 해의 겨울보다 따뜻했었다. 한 해에 최소 3번 이상을 봤던 눈은 그 해에는 거의 못 보고 겨울비만 부슬부슬 내렸던 것 같다. 그리고 그다음 해는 코로나 19와 장마, 홍수로 참 많은 자연재해가 있었고 지금은 팬데믹 상황으로 온 세상이 얼어붙듯이 조용한 연말을 보냈고, 저녁 9시만 되면 오색 반짝이던 간판의 불들은 일찍 꺼져 침묵의 밤을 보내고 있는 중이다. 코로나 19가 세계를 덮쳤을 때, 먼지로 가득했던 하늘은 자신의 색을 찾았고 보금자리를 뺏겼던 동물들은 자유롭게 뛰어다닐 수 있었다. 매섭지만 차디찬 동장군은 사람의 행동이 동시에 멈추고, 자기 보호막 속으로 숨어 들어갔을 때야 비로소 제자리로 찾아올 수 있었다.


 다시 불려 들어온 차디찬 겨울이, 양 볼을 빨갛게 달아오르게 하고 난로에서 달아오르는 열은 온몸을 노곤하게 해주는 이 차디찬 온도가 이제야 바쇼의 시와 같아졌다고 민지는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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