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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두 Feb 09. 2021

내 앞에 놓인 큰북의 무게감

민음사 '인생일력' 데일리 명언 에세이 4 : 2021년 1월 4일 


큰북이 앞에 놓여 있더니 내 손에 큰 북채가 쥐어졌다. 
화급히 솜씨를 발휘해야 하고 겸손하게 사양할 겨를이 없는지라
있는 힘을 다해 한 번 쳤더니 그 소리가 웅장하게 울렸다. 
 
-안경수 <독립협회서>




 새해가 밝았고, 실질적으로 직장인들이 새해 업무를 시작하는 날은 오늘이다. 새로운 날은 언제나 설레고, 비장하다. 지난 낡은 생각과 게으름을 버리고, 각자의 생을 개혁하려고 마음을 잡는다. 그러나 매년 오래가지 못하고 작심삼일로 끝나는 경우가 많았겠다.

 


 그 어떤 자리, 직책에 있더라도 그 자리에 대한 무게가 있고, 작은 업무처럼 보일지라도 각자의 소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 자리에 맡은 역할을 해내는 것이 평범하고 보통의 순간처럼 보일지라도, 그 보통의 순간들이 쌓이고 모였을 때 발현하는 힘의 무게를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하는 횟수가 쌓이고 쌓일수록 더욱 진중하게 깨닫게 된다. 나이가 먹어갈수록 내가 가진 평범한 것들을 지키고 유지하는 것도 쉽지가 않은데, 한 발 더 나아가 꿈을 꾸는 사람들은 그야말로 자신의 인생에, 더불어 시대의 울림을 퍼트리는 큰북과 같은 사람들이다. 

그들은 알고 있다. 그 자리에 안주하는 것이 아니라 소신을 가지고 자신의 자리에는 그 자리의 북과 북채가 내 앞에 있음을... 이 평범한 사람들이 북채를 두드리고, 발로 뜀뛸 때 비로소 시대를 올곧게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을  <독립협회서>의 문장 속에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



  독립협회는 1896년 7월에 창립된 한국 최초의 근대적 사회 정치단체이다. 정부의 외세의존 정책에 반대하는 당시의 개화파들, 지식층들이 모여 민중계몽과 자주독립, 내정개혁을 표방하고 활동하였다. 당시 토론하고 운동을 펼쳤던 이들이 꿈꿨던 조선은 외세에 끌려다니지 않고, 자주적 실천을 행하는 진정한 독립이었을 것이다. 비록 그 꿈은 기득권을 고수하고자 하는 기존의 세력과 무능함에 좌절되었고 우리는 너무나도 많은 시간을 돌아왔지만, 과거의 수많은 사람들의 꿈과 노력으로 '대한민국'의 현재를 살고 있다고 생각하니 오늘 나에게 주어진 '북채'를 어떻게 써야 할지 다시 한번 되새겨본다.

  

 시대를 앞서가고 목소리를 내었던 그들을 생각하며, 오늘의 <인생 일력>의 문장, <독립협회서>의 뒷 문장을 기록하며 오늘의 글을 마무리하려 한다. 


  독립협회 안에서 크게 분노를 일으킨 미치광이 선비 꼴이라 스스로도 우습다. 오직 바라노니, 단상 위의 많은 균자는 다들 우렁우렁 둥둥둥 북을 쳐서 사해에 거문고 비파 소리로 들리고 만대에 생황과 퉁소 소리로 울리기를 바란다.




<참고>

1. 서울신문)_[선택! 역사를 갈랐다] (36) 박정양과 안경수 (검색일 : 2021-01-04)

    https://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121126021001

    한철호(동국대 역사교육과 교수)

2. 한국 산문선-근대의 피 끓는 명문 (믿음사, 2020)

   요약 출처 -1부 근대의 격량 「독립협회서(獨立協會序) - 안대회, 이현일 번역 

안경수 본관은 죽산, 자는 성재이다. 조선 말기 관료이자 정치가로 1876년 무과에 급제 후 정부에서 기술직 개화파 실무관료로 활약하였다. 1887년에 통리교섭통상사무아문의 주사가 되었다가 최초의 주일 공가 민영준의 통역관이 되었다. 이후 전환국 방판 등의 직책을 맡아 신식 화폐 발행했다. 을미사변에 대한 반동으로 춘생문 사건에 가담했다가 징역을 선고받고, 96년에 아관파천 이후 사면받아 다시 관직에 복귀했다. 이때 독립협회를 창립하고 초대 회장직을 맡았는데 <독립협회서>는 이때 창립의 취지와 목표, 활동계획 등을 밝힌 취지서이다. 독립협회는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적 사회 정치 단체로 1896년 7월에 창립되어 98년 12월에 해산되었다. 안경수는 당시 세계정세를 약육강식의 자국 이익을 추구하는 제국주의 시대에 약소국 조선의 위태로운 현실을 진단하였다. 그가 쓴 <독립협회서>는 독립협회의 창립 동기와 취지를 설명하고, 국민의 협력과 단결을 바탕으로 민중을 계몽하자는 활동의 목표를 제시한다. 기술직 실무 관료로서 개화파의 문명개화와 만중 계몽의 활동 방향을 제시한 안경수의 글은 조선 말기 논설문의 전형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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