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이사 가지 못했다.
산전수전을 겪고 지금의 집을 매매했다. 금액을 깎다가 집주인이 노하여 집을 팔지 않겠다 하여 알고 지내던 부동산 소장님을 손님으로 위장 시켜 집을 한 번 더 살펴보지 않고 매매 계약을 했다. 문수산이 보이는 멋진 뷰를 자랑하는 우리 집. 적어도 내게는 완벽한 이 집의 문제점은 출퇴근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것과 시세 차익에 한계가 있다는 것. 남편은 그다지 신경 쓰지 않지만, 워킹맘인 내겐 매우 중요한 문제다.
우리 집에서 회사까지 거리는 4.7km이다.
매우 가까운 거리임에도 불구하고 회사에 가는데 기본 20분 이상은 걸린다. 교통의 요지에 살아서 시외로 나가기 편리한 점은 있으나 매일 겪는 출퇴근 시간의 혼잡함을 참기 힘들다. 직장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이들을 매일 같이 데리고 왕복 40~50분씩 차를 타는 행위는 나에게뿐만 아니라 아이들에게도 스트레스임이 분명하다. 그래서 회사에서 조금 더 가까운 곳으로의 이사를 매일 꿈꾼다.
2020년 4월 복직 후 아이 둘을 데리고 출퇴근하는 행위에 너무나 지쳐있던 나는 부모님 근처에 살고 싶은 마음이 절실해져 부산에 계시는 부모님을 여러 차례 설득했다. 부모님이 울산으로 오시는 게 불가능에 가깝다 생각되어 그나마 부산 울산 가까운 거리인 일광신도시에 관심을 가졌다. 많은 세대가 입주했거나 입주 예정인 곳이 많아 조금 남아 있는 미분양 세대를 노렸고 엄마는 29평 나는 33평에 살면 좋겠다는 생각에 계약 직전까지 갔던 경우도 있다. 신도시라는 게 비록 지금은 아무것도 없지만 젊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많이 들어가면 순식간에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이 많은 곳이다. 하지만 어른들의 눈에는 현재만 보인다. 아무것도 없다는 게 가장 큰 단점으로 부모님의 입장에선 살기 불편할 것 같다는 말에 어쩔 수 없이 선택할 수 없었던 곳. 아이들의 등·하원을 부모님께 맡겨야 하는 상황이라 반대하는 상황을 억지로 밀어붙일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포기했지만, 그곳은 입주 1년도 안 된 시점부터 엄청나게 오르기 시작했다. 집값이 오를 거라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 금방 오를 거라 생각은 못 했고, 그 뒤로 2020년 연말 일광 바다 뷰 아파트에 입주할 기회가 있었지만, 우리 가족만 이사 가기엔 회사에서 너무 멀어 불가능한 상황이라 포기했다. 그렇다고 이사를 포기한 것은 아니었다. 나는 틈만 나면 집을 보러 다녔다. 어떻게든 한가지 스트레스라도 줄이기 위해 회사에서 조금 더 가까운 집으로의 이사를 원했다.
회사를 중심으로 좌측은 혁신도시, 우측은 구시가지이면서 울주군이라는 시골에 인접해 있다. 각각 장단점이 있는데 혁신도시는 집이 대부분 신축이라 수리할 필요가 없는 대신 금액이 비싸다. 울주군은 집이 오래되어 리모델링해야 되는 반면 넓은 평수가 조금 저렴하다는 장점과 대학 입시 때 농어촌전용 입학이 가능하다는 최고의 이점이 있다. 이 장단점 사이에서 언제나 깊은 고민에 빠진다.
2020년부터 폭등한 집값은 10월 추석 이후로 더욱더 심하게 벌어졌다. 지금 사는 집에서 이득을 얻고, 아직 오르지 않은 집을 찾을 때마다 너무 많은 득과 실을 따지다 보니 그 기회는 멀어져만 갔다. 보고 온 집들은 지금 다 1~2억이 올라 살 수 없는 상황이 되어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남편은 지역별로 집이 오르는 시기에 대한 촉이 나보다 뛰어나 지금이다! 를 외치는 사람이다. 그에 비해 나는 실행력이 뛰어나 시기가 오면 즉시 집을 찾고 보러 간다. 하지만 우리에게 여윳돈이 없어 항상 기회를 놓치고 지난번 그 집으로 갔으면 어땠을까에 대한 후회만 가득하다. 내가 직접 살지 못해도 전세를 내고 그 집을 가졌으면 좋았을 텐데 그럴 여윳돈은 없었던 우리. 아파트로 4~5억쯤 이익 볼 수 있다면 일을 관둬도 되지 않을까? 언젠가 누적 연봉이 4억이 되는 날이 오겠지만 과연 4~5억을 모으려면 몇 년의 시간이 걸릴까. 그런 생각에 아파트 시세 차익에 대한 욕심 또한 버릴 수 없다.
며칠 전 엄마가 놀러 오셔서 했던 말이 기억에 남는다. 우리 결혼할 때 궁합을 보러 갔는데 남편과 나의 부동산 운이 그렇게 좋다는 것이다. 그런데 집에 와서 다시 보니 시를 잘못 넣었단다. 남편의 생일을 넣고 시간을 착각해 다른 시를 넣었는데, 제대로 된 시를 넣고 다시 궁합을 보니 그전에 넣었던 (없는)사람 보다는 그 운이 조금 덜 하단다. 그래도 그 운이 없는 건 아니니 우리가 가진 그 조금의 운만큼만 살아가야 하는가.
2021년, 수많은 집을 보러 다녔지만 결국 이사 가지 못했다. 정말로 이사 갈 거냐는 남편의 말에 나는 언제나 yes를 외친다. 내가 선택한 집이 순식간에 몇억씩 오르는 상상을 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