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급이 힘든 워킹맘의 삶
진급해야 할 시기에 진급하지 못하는 일을 겪은 지 몇 년이 지났는지 정확히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조직의 특성상 진급 자리가 무한정 있는 건 아닌지라 빈자리가 생기기까지 한참 동안 기다렸다 겨우겨우 올라가는 구조인데, 진급의 기준이 정확히 무엇인지 알지 못할 뿐만 아니라 그 기준점을 채우는 걸 목표로 일했던 시기는 없었던 것 같다. 매출 실적을 그해 성과로 취급하는 일반 회사와 달리 국가와 지역의 예산으로 과제를 수행하는 지역의 공공기관이기에 우리 회사를 평가하는 유일한 방법은 경영평가뿐이다. 하지만 그 평가가 개개인의 실적 하나하나와 매칭되지 않으므로 모두가 경영평가의 실적을 위해 일하는 건 아닌 구조인 것이다. 사정이 그러하다 보니 특정한 사업이 잘되거나 내가 맡은 업무가 갑자기 관심을 받게 될 때가 아니면 조직 속에 있는지 없는지 모른 채 흘러가는 게 우리 회사의 생태가 아닐까 싶다. 그런 구조 속에서 진급자 명단에 오르기 위해선 눈에 띄는 일을 하거나 눈에 띄는 사람이 되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나의 존재와 능력치를 보여주기가 쉽지 않다. 아이를 키우며, 그것도 두 아이를 키우며 겨우겨우 회사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내 상황에서 남의 눈에 띄는 일을 한다는 게 쉬운 일일까. 일 욕심이 많거나 직책에 대한 욕심이 많지 않고서야 아이 키우는 엄마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은 그리 많지 않은 게 현실이다. 나의 지금 상황은 어떨까? 배움의 시기엔 적극적이었다가, 아이를 낳고 키우며 몸이 힘들 땐 말없이 숨어 있기를 반복하다 보니 어느덧 강산도 변한다는 10년이 흘렀다. 두 번의 진급을 해야 했을 하는 시간 동안 내가 받은 보상은 한 번이 끝이었고 반복되는 누락의 고배를 맛보았다. 왜 나는 안되지? 라고 생각하며 의아해했던 순간, 인정하지 못해 받아들일 수 없을 만큼 화가 차올랐던 순간을 거쳐 이제는 그냥 받아들이게 되는 심리상태에 이르기까지도 내 자리가 없다는 걸 확인하는 매 순간이 고통스럽고 두려웠다. 진급하지 못한 현실과 남들의 시선 속에서 애써 태연한 척 노력하는 안쓰러운 내 모습은 나만 알고 있으니까. 여러 차례의 누락 경험으로, 이제는 보이는 모습보단 내면의 내가 얼마나 끙끙대고 있을지를 잘 알기에 그 순간을 마주하는 시기마다 두려움이 밀려온다. 그렇게 해를 거듭할수록 자연스레 떨어지는 자존감을 붙들어 매어 놓는 것도 쉽지 않은 일임은, 결국 나를 다독이며 하루살이처럼 살아가는 워킹맘의 삶. 무엇을 삶의 우위에 두고 살아가야 할지를 고민하게 만드는 오늘 하루도 다시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