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연근무제 활용기
유치원의 많은 시스템이 오후 4시에 마무리되는 걸로 구성되어 있어 큰 아이는 보육을 최우선으로 하는 유치원을 골라 보냈다. 돌봄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기에 집에서의 거리를 중요시하고, 과도한 학습을 요구하는 유치원은 피했다. 내가 아이를 키우며 꾸역꾸역 일을 해 왔듯이, 사회의 제도 또한 아주 조금씩 좋아졌다. 남들과 같이 9시에 출근해 6시에 퇴근하는 게 당연했던 우리 회사에 유연근무제가 도입되었다. 큰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면서 빨리 마치는 아이를 돌볼 어른이 없어 남편이 육아휴직을 했고, 복직 후에는 내가 유연근무를 활용하는 중이다. 새벽 7시에 출근해서 오후 4시에 마치는데 주변의 눈치가 안 보일 리 없다. 그럼에도, 이 제도를 적극 활용하는 이유는 아이의 방과후 시간의 질이 몰라보게 달라졌기 때문이다. 한여름이 아니고서는 언제나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고 나서야 아이를 만날 수 있었는데 유연근무 덕분에 밝은 오후에 놀이터에서 뛰어놀 여유가 생겼다. 그저 2시간 일찍 마쳤는데 여태껏 누려보지 못한 일상의 행복이었다. 잠이 와서 녹초가 된 상태가 아닌, 쌩쌩하게 뛰어놀 수 있을 때 아이의 손을 잡고 여유롭게 거리를 거니는 기쁨. 지나가다 잠깐 들른 편의점에서 아이스크림을 하나 사 먹고, 집에 와 가방을 풀고도 자전거를 들고 놀이터로 나가 놀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아이들이 자라는 모습을 온전히 바라보며 챙겨줄 수 있고, 학교에서 가지고 온 숙제를 같이 들여다봐 준다. 따뜻한 밥을 해 먹이고 넉넉하게 반찬을 준비할 수 있는 여유는 예전에 없던 것임이 분명했다. 아이가 참여할 수 있는 문화 강좌의 범위도 늘어났다. 유치원을 마치고 픽업 차량에 실려서만 다닐 수 있었던 사교육을 떠나 공립 도서관의 수업 또한 참여가 가능하게 되었고 무엇이든 참여해 보기에 충분한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그러기에 주변의 눈치가 보이더라도, 육아기 단축근무나 시간선택제 출퇴근은 아이들의 영 유아기엔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할 제도라 생각한다. 주변의 동료가 아이를 학교 보내며 일을 그만두고 싶다 했을 때 오후 3~4시에 마칠 수 있는 육아기 단축근무 사용을 적극 권장했고 잠깐 눈치가 보이더라도 충분히 가치 있는 선택일 것이라는걸 제차 강조해 주었다. 2시간의 단축 근무가 주는 안정감은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입장에서 생각보다 크게 다가온다. 쌓아온 커리어를 포기하지 않는 일도, 아이를 돌보는 일도, 가정을 챙기는 일도 무엇하나 포기하지 않고 지속할 방법은 서로 간의 배려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