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권태기 극복 방법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일에서도 권태기가 오는 시기가 꼭 있는 것 같다. 20대 젊은 날에는 명품 가방을 구입하거나 중고차를 구매하는 등 물건을 구입하는 것으로 그 시기를 넘겨왔다. 회사 다니기 싫어서 엄마가 꾹 참고 다니라며 좋은 가방을 사줬다는 얘기를 주변에서도 듣곤 했다. 3년, 6년, 9년의 고비가 올 때마다 가방을 사고 차를 사고 집을 사라는 말도 있지 않았던가. 나는 그럴 때마다 여행을 떠났고 여행지에서 힐링하고 다시 내 자리로 돌아오곤 했던 것 같다. 그것조차 참지 못할 땐 이직했다. 그 시기에 잦은 이직은 못난 나를 드러내는 방법인 것 같아 웬만하면 참고 또 참기를 반복했던 적도 많았다. 하지만 요즘은 세상이 많이 달라졌다. 불만을 품고 잘못된 행위를 신고하거나, 휴직을 가거나 퇴사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시대는 바뀌었지만, 나는 옛날 사람인 게 분명하다고 느끼는 건 마음속에 있는 앙금과 불만을 밖으로 내뱉지 못하고 그저 마음 속에 담고 있기 때문이다. 회사 생활을 해나가는 과정에서, 아이를 키우는 과정에서 어느 때나 권태기가 찾아오곤 한다. 부족한 내 모습을 마주했을 때 밀려오는 회의감은 그 어느 때보다 크게 느껴져 이제는 일을 그만하고 싶다는 생각에 머무르게 한다. 아이들을 키우며 살아가면서 남편과 함께 지켜나가야 할 가정이 있다 보니, 이직을 위해 쉽사리 지역을 이동하지 못하는 보이지 않는 틀 속에 갇혀버렸다는 생각도 가끔은 하게 된다. 이렇게 마주하는 상황마다 위기를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아무리 고민하고 발버둥 쳐도 해결책을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저 가까운 사람들과 이야기 나누며 내 안의 묵은 감정을 밖으로 드러내는 방법 말고는 특별한 해결책이 없었다. 이 또한 자주 이야기하다 보면 못난 내 모습을 드러내게 될까 봐 냉정하게 내가 닥친 상황을 관찰하고, 나 자신과의 대화를 많이 하게 된다. 그러다 보면 그 순간을 받아들이게 되고 또다시 힘든 순간은 자연스레 넘어간다. 들이닥친 상황을 인정하지 않아도, 과하게 질책하지 않아도 시간이 흐르면서 격했던 감정도 자연스레 유하게 변한다. 아픔도 슬픔도 희미하게 지워지는 것처럼.
어쩌면 남들과 나누었던 이야기를 대뇌이며 나 자신과의 대화 속에서 스스로 해결책을 찾았던 것 같다. 지난 몇 년간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취미를 지속해 왔는데, 그 덕분에 내 안의 숨은 이야기를 글로 풀어 쓰는 일이 자연스러워졌다. 책을 통해 글을 읽으며 내 감정을 확인하고, 그 순간의 느낌을 글로 표현하면서 마음속의 응어리를 풀어낼 수 있었다. 이 방법이 일상의 대화 속에서도 적용되었던 것 같다. 남들과의 대화로 내 생각을 드러내며 숨은 감정을 확인하고, 일기 쓰기를 통해 그때의 생각을 정리해 둘 수 있었다. 시작점에선 알지 못했던 글쓰기의 후련함을 몇 년이 지나고서야 제대로 알게 된 것 같다. 한편의 글을 완성하고 난 뒤 느껴졌던 뿌듯함은 마음속 응어리를 풀어낸 후련함으로 바뀌었다. 그저 꾸준하게 천천히 걸어왔더니 나만의 스트레스 해소법을 찾았다고 해야 할까. 일의 권태기를 극복하는 방법을 찾아 심각하게 고민했던 날이 길게 이어졌고 항상 그 결론은 일을 관두는 것이었는데, 그저 나만의 방식대로 지금처럼 흘러가는게 정답임을 이제는 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