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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의쓸모 Oct 21. 2023

7. 며느리는 서운합니다(1)

첫 번째 이야기

" 나는 우리 아들이 키 크고 늘씬한 애 데리고 올 줄 알았어요. 이렇게 일찍 결혼시킬 생각도 없었는데."

시어머님은 친정엄마와의 첫 만남에서 저렇게 말씀하셨다. - 아마 아들이 키가 커서(184cm), 키가 작은 나(155cm)를 못마땅해하신 것 같다. 

돌아오는 길, 친정엄마는 속상해하시며 말씀하셨다. 

" 네 시어머니 보통이 아니다. 트집 잡을 게 없어서 키 가지고 저러냐. 그것도 대놓고. 이게 다 혼전임신이라 그래. 넌 이제 밑지고 들어가는 거야. " 

네가 뭐가 부족해서 저런 소리를 들으며 결혼해야 하는 거냐고 속상한 마음을 내비치셨다.

양가 어머니에게는 다 자기 자식이 제일인 법이니까.


그때 내 나이 30, 남편 나이 28.

남편은 심성이 착하고 다정하며 나에게 정말 잘하는 사람이다. 다만 그때엔 이렇다 할 직업이 없으니 우리 부모님 입장에서도 걱정이 많으셨다. 조건으로만 따졌을 때, 난 키가 좀 작을 뿐 딱히 뭐라 할 것이 없는 정도였다. 요가로 다져져 군살 없이 날씬했고(43kg) 잔병치레 없이 건강하고, 월급은 적지만(공무원 합격한 지 2년 차) 꼬박꼬박 적금 넣으며 열심히 일하는 여자였다. 


시어머니 입장에서는 아들이 졸업한 지 1년밖에 안되었고, 아직 어리다고 생각해서 그리고 준비된 게 하나도 없이 결혼한다고 하니 저렇게 말씀하셨을 수도 있다. 의도는 그게 아닐지라도 사돈 앞에서 저렇게 얘기하는 건 정말 엄마에게도, 나에게도 큰 상처였다. 임신 초기였으므로 예민한 상태에서 상처는 더 크게 다가왔다. 


그렇게 시작된 나의 결혼생활은 올해로 만 10년. 

주눅 들고 눈치 보며, 착한 며느리 콤플렉스를 가진 채 10년을 보냈다. 




어머님께 이 이야기를 꺼냈을 때, 내가 언제 그랬냐며 너희 엄마한테 전화해 볼까? 라며 흥분하셨다. 

마음에 상처가 남아 기억하는 건데.... 지어낸 이야기라고 생각하시며 화를 내셨다. 

너 정말 무서운 애라며 10년 동안 마음에 품고 그렇게 웃으며 지낼 수 있는 거냐고 언성을 높이셨다.


그렇게 내가 하는 이야기마다 서운함을 품은 내가 잘못인 이상한 모양새로 이야기는 흘러갔고, 나는 몇가지 이야기를 하다 입을 다물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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