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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의쓸모 Oct 21. 2023

8. 며느리는 서운합니다(2)

두 번째 이야기

나: 어머님, 저 임신했을 때 한 번도 축하해 주신 적 없어요. 어차피 태어날 아이들이었는데... 전 그게 너무 마음에 남아요. 우리 아이들, 네 명 다 축복받아 마땅한 아이들 아닌가요.


어머님: 너네가 생각 없이 임신한 건 생각 안 하고 나한테 뭐라고 하는 거니? 그럼 너희 엄마는 뭐라고 하셨는데!!??? 


아... 내가 생각 없이 임신해서 넷을 낳았구나.... 이 서운한 마음도 결국엔 또 탓이구나...


이 얘기는 할 때마다 서럽고 눈물이 난다. 임신사실을 말씀드렸을 때, 비난의 말부터 하셨던 것, 마지막 넷째는 지우라고 난리를 치신 것은 평생 마음에 남을 것 같다.


- 이 이야기는 다른 글[그 말이 그렇게 어려운가요]에서 자세하게 썼으므로 생략하겠다.




나: 어머님아버님은 저희 결혼해서부터 아무 때나 저희 집에 오시고, 다음에 오시는 게 좋겠다고 말씀드리면 "내 아들 집에 내가 간다는데 왜 허락을 받아야 하니"라며 아무 때나 오셨잖아요. 저 너무 힘들었어요. 


어머님: 야야야, 누군 가고 싶어서 간 줄 아니? 그러게 자식을 너무 사랑하면 안 된다더니 그 말이 딱 맞네. (옆에 계시던 아버님께 소리 지르며, 거 봐요 내가 애들 그렇게 사랑하지 말라고 했잖아요!!!) 부모가 자식 사랑해서 보고 싶어 간다는데 그게 그렇게 힘들었으면 그때그때 얘기하지 그랬니!!??


나: 그때그때 말씀드렸는데 안 들어주셨잖아요.


첫째 둘째 때까지는 시할머님할아버님이 근처에 사셔서 연락도 없이 아무 때나 오셨고, 우리도 자주 찾아뵀다. 증손자들 예뻐해 주시고 그래도 옛날분들이시니까. 그때는 시부모님이 좀 멀리 계셔서 2주에 한 번은 막히는 거리를 두 시간 반을 차를 타고서라도 찾아뵈었고, 차만 타면 우는 첫째를 데리고 만삭인 몸으로 너무 힘들어 오늘은 못 가겠다고 하면 지하철을 타고서라도 오라고 하셨었다. 


셋째 낳고는 딸이라고 일주일에 세네 번씩 아무 때나 오셨고, 아침에 벨을 누르실 때도 있었다. 아이 셋에 여러 가지로 힘든데 아무 때나 오시는 시부모님으로 인해 우울증이 왔고, 상담치료를 6개월간 받기도 했었다. 어머님은 집에 들어서면 " 폭탄 맞았냐?" 하시면서 어질러진 집을 보고 한숨을 쉬셨다. 그 모든 것들이 부담스러웠고 아무리 말씀드려도 막무가내로 오셨었다. 


셋째 백일즈음 시 할아버님이 돌아가시고 시부모님은 시할머님이 계시는 집으로 들어가셨고, 그때부터 우리는 매주, 주말마다 아이들을 데리고 시댁을 갔다. 그게 벌써 5년이 넘었다. 우리가 매주 찾아뵙기 시작한 이유는 집으로 아무 때나 오시는 걸 막기 위해서였다. 그렇게라도 해야 내가 살 것 같았다. 


그렇지만 이렇게 아무 때나 오시는 것 때문에 힘들어했던 내 마음은,

부모가 자식 보고 싶어서 가는 건데 며느리인 내가 벽을 만들고 부담스러워해서 그런 거고, 결국엔 또 서운해하는 내가 잘못이었다. 

< 소년과 두더지와 여우와 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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