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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의쓸모 Oct 21. 2023

6. 귀를 닫아버렸다

서로의 입장차이

왜 꼭 그렇게 말씀하셔야 하냐고. 그냥 아무 말씀도 안 하시면 안 되는 거냐고. 

경솔했다는 말, 우리가 어른으로서 좀 참고 보듬어주자는 말, 난 너무 싫다고.

난 어른도 아니고, 속이 넓은 사람도 아니라고. 

더 큰 그릇인 네가 좀 이해해 주라는 말도 너무 듣기 싫다고. 


감정이 격해진 난 어머님께 언성을 높이고 있었다. 


어머님은 그럼 부모가 그런 말도 못 하냐고, 네가 잘못했다는 게 아니라 우리가 좀 참자고 하는 게 틀린 말이냐고 하셨다. 


그래 맞다. 어머님 말씀이 잘못됐다는 게 아니다. 

단지 나에게 그 어떠한 말씀도 안 하셨으면 좋겠다는 생각뿐이었다. 내가 왜 그 애를 보듬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내가 좀 더 참았으면 좋았을 거라는 그 말도, 여태 참으며 살아온 나에게  "넌 그냥 참고 살아야 하는 사람이야."라는 말처럼 들려 화를 넘어선 분노가 끓어올랐다.

당시에는 그냥 아무 말도 듣고 싶지 않았고, 내가 잘못했다는 말은 더더욱 듣기 싫었다.

그냥 듣기가 싫었을 뿐이다. 




시부모님은 큰아들이 그런 대접을 받으며 산다는 것에 충격을 받으셨고(어느 정도 알고는 계셨다), 안 그래도 괴로운데 둘째 며느리까지 언성을 높이고 있으니 감정적으로 무너져 내리신 것 같았다. 나 또한 '경솔'이라는 단어와 '우리가 좀 보듬어주자'는 말에 꽂혀 어머님에 대한 서운한 마음이 터져버렸기에 우리는 서로 귀를 닫게 되었다.  


이틀 후 남편은 어머님과 통화하면서, 

**씨가 많이 서운해한다, 굳이 왜 경솔했다느니 좀 참지 그랬냐느니 우리가 보듬어주자느니 그런 얘기를 하셨냐 했고, 어머님은 그런 얘기도 못하냐며 서운한 거 있으면 다 들어줄 테니 와서 얘기하라고 얼마든지 사과해 주겠다며 당장 오라고 노발대발하셨다. 시부모님 입장에서는 하루이틀 지나 조용히 넘어가나 했는데 둘째 며느리가 뜬금없이 화살을 어머님에게로 돌렸기 때문에 기가 막히고 어이가 없는 상황이었다. 


남편은 형수가 한 잘못으로 왜 우리가 이렇게 언성을 높이고 싸워야 하냐며 힘들어했고, 나도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는 그 감정으로 나를 주체하기 힘들었다. 10년간의 서러움이 폭발해 버렸다. 타이밍이 너무 안 좋았지만, 터져버린 감정을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이 일의 원인은 배제한 채, 상관도 없는 지난 시간에 대한 서러운 마음을 쏟아냈다. 


"나는 우리 아들이 키 크고 늘씬한 애 데리고 올 줄 알았어요. 이렇게 일찍 결혼시킬 생각도 없었는데."

어머님이 저희 엄마랑 첫 만남에서 저렇게 말씀하셔서 엄마가 집에 돌아가는 길에 우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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