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님과의 싸움에서 시부모님과의 싸움으로
다음날 오후, 시댁에 갔다.
어머님은 종이에 무언가를 쭉 적어 놓으셨고, 읽어보고 싶으면 읽어보라며 살짝 내미셨다.
형님이 어머님한테 보낸 장문의 메시지였다.
종이 가득 적힌 글을 대충 쓱 훑어보았다.
"언니에게 사과하려고 카톡을 썼다 지웠다 하다가 잠이 들 무렵 전화가 왔고, 장시간의 폭언을 들어야 했고, (남편이 전화해서 쌍욕을 했고, 나도 막 쏟아냈다.) 저도 할 말이 많았지만 잘못한 게 있으니 일단 참았고... 어쩌고 저쩌고...."
밤사이 어머님한테 또 바로 일러 받치는 센스. 그래 참 형님 너답다.
아버님은 잘했다고 형님은 그런 소리 들어도 싸다고 하셨으나, 어머님은 뭔가 냉담하셨다.
"너 마음을 이해 못 하는 건 아니지만, 좀 경솔했다고 본다. 참고 넘어갔으면 오히려 형님이 잘못한 걸로 잘 끝낼 수 있는데 너희 부부가 전화해서 난리 친 통에 사과받을 거리가 없어지지 않았냐"고.
아니 지금 내가 또 무슨 소리를 들은 거지?
"어머니, 경솔! 이라고요? 제가 경솔했다고요?
아니 저한테 그렇게 소리 지르고 막말을 하는데 저는 참아야 하나요? 왜 제가 참아야 하죠?"
"네가 잘못했다는 게 아니라 좀 참았으면 더 좋았을 거라는 얘기를 하는 거야. 너는 안 보면 그만이겠지만, 난 내 아들이 아니냐. 나는 마음이 어떻겠니. 우리가 어른으로서, 믿는 사람으로서 그 애를 좀 보듬어줘야 하지 않겠니. 우리가 모두 다 그 애를 공격하면 그 애는 혼자 어쩌겠니."
난 너무 화가 나서 어머님께 언성을 높였고, 그것은 또 다른 싸움의 시작이 되었다.
형님과 나의 싸움은 시부모님과의 싸움으로, 그렇게 난 또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고 있었다.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