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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의쓸모 Oct 19. 2023

4. 형님과 그만 볼 작정을 했다

나에게 형님은 없다

전화가 끊기고 둥둥 떠다니던 멘털이 자리 잡으니 화가 치밀었다. 

남편에게 전화하니 마침 남편은 쉬는 날이라 취미를 즐기고 있었다. 볼링.

볼링을 치느라 내 얘기는 듣는 둥 마는 둥이었다.


어머님께 전화드려서 나 형님이랑 앞으로 볼 생각 없으니까 명절 때든 언제든 같이 부르지 말라고 말씀드려 줘.라고 얘기하고는 업무에 복귀했으나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한 시간 후 남편에게 다시 전화했더니 형님에게도, 시어머님께도 연락은 전혀 하지 않고 볼링만 치고 있었다.


아니 지금 내가 이런 꼴을 당했는데 볼링이 쳐지냐고!!


내가 직접 시어머님께 전화를 걸었다. 형님과 통화한 내용을 말씀드렸더니 어머님 첫마디가 녹음은 해놨니? 였다. 이야기를 다 들으시고는 조용히 "알았다." 하고 끊으셨다. 아주버님한테도 전화해서 왜 꼭 저런 애랑 살아야만 하냐고 아주버님 불쌍하다고 한소리하고 끊었지만 형님을 어떻게든 감싸고 포장하는 아주버님 때문에 화는 가라앉지 않았다. 형님한테 다시 전화를 거는 건 고민이 되었다. 내가 흥분상태로 전화를 걸었다가는 말도 안 되는 몹쓸 소리를 지껄여 우스워질 것이 뻔했기 때문이었다. 




그 사이 시부모님은 아주버님 내외를 불러 엄청 혼을 내셨고, 당장 나에게 사과하라고 하셨다.

그렇지만....

밤 12시를 넘기도록 어떠한 연락도 오지 않았다. 

사과할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았고, 받을 생각도 없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괘씸함에 머리가 아파왔다. 


"당신은 형님이든 아주버님이든 왜 누구한테도 연락을 안 해? 전화해서 싸우라는 게 아니라 내가 이런 일을 당했으면 남편이 전화해서한소리 해야 하는 거 아니야?"

남편에게 물었더니 짧게 한마디 했다. 

"형이 불쌍해."


그래, 당신은 당신 형이 우선이구나.... 젠장....




" 야, 내가 가만히 있으니까 말도 못하는 사람처럼 보이니? 화난다고 아무말이나 막 하게? 내가 지랄을 못해서 안하는 줄 알아? 앞으로 볼일 없으니까 나도 할 말은 할게. 내가 너한테 자격지심이 왜 있냐? 너 볼게 뭐가 있다고. 잘난 거 하나 없으면서. 어린 거? 그게 뭐? 어리면 다라고 생각하는거야? 아무리 어려도 너 같은 성격이면 열트럭을 가져와도 안 가져. 그리고 모든 사람이 너가 하는 말에 다 맞춰줘야 한다고 생각하는거니? 아주버님이나 그러고 살라고 해. 왜 너한테 모두가 맞춰야 한다고 생각하는건지 모르겠네. 세상이 너 중심으로만 돌아가는 것도 아니고, 위아래 구분못하고 예의없이 막말하는거 아무도 받아줄 사람 없어. 그리고 스스로 엄청 예쁘다고 생각하나 봐? 착각하지 마. 너 별로 안 예뻐. 어디서 외모 가지고 평가야. 앞으로는 볼일도 없을 테니까 아주버님이랑 행복하게 살든 지지고 볶든 알아서 해. 다른 사람들 앞에서 남편 욕 좀 그만하고. 진짜 너 같은 애 만나 사는 아주버님이 불쌍하다 불쌍해. 아주버님이 우리한테든 친구들한테든 너를 그런 식으로 표현하면 넌 가만히 있겠냐? 입장을 좀 바꿔놓고 생각해 봐. 말할 때 생각 좀 하고 말하고. 다시는 연락할 일도 만날 일도 없을 테니까 아주버님 하고나 잘 살아. " 


새벽 두 시. 

화를 참지 못하고 전화를 걸었다. 

다다다다 쏟아내고는 핸드폰을 집어던지다시피 끊어버렸다. 

손이 떨리고 가슴이 울렁거렸다. 

굳이 저렇게 유치하게 표현했어야 했나, 

나도 똑같은 인간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일단은 나만 생각하기로 했다.


이대로 안 보면 그만이지. 


술이 한잔 마시고 싶은 밤이다.

나에겐 든든한 가족이 있으니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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