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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의쓸모 Oct 18. 2023

2. 13살 어린 형님 13살 많은 동서

형님과 동서 사이

첫 만남은, 아주버님 생일날이었다. 


아이가 넷인 우리는 약속시간인 7시보다 한 시간 일찍 도착해 저녁 먹을 준비를 했다. 

차려놓고 기다려도 올 기미가 없다. 7시, 7시 반, 언제쯤 오냐고 물어보니 좀 늦는단다... 

8시, 8시 반...

하.... 아이들은 배고파해서 진작 저녁을 먹여놓고 하염없이 기다렸다. 

언제쯤 오냐고 하니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곧 도착한단다.... 

9시 좀 넘으니 들어온다.... 추리닝을 입고.


두 시간이나 늦은 이유는,

첫째, 형님이 발이 아파 아주버님이 퇴근한 6시 이후에 같이 병원을 다녀왔기 때문이란다. 

둘째, 빈손으로 오기 뭐 해 선물을 사 왔기 때문이란다.


아니, 아니, 아니!!!!

걷지 못할 정도로 아픈 게 아닌데 낮에 혼자 병원 못 다녀오나? 

출근한 것도 아니고, 쉬는 날이라 하루종일 집에 있었다면서요....

그리고 선물을 가져오는 건 좋은데, 약속시간이 7시인데 굳이 그때 사러 가야 하는 건가?

와... 내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해보려고 해도 이해가 안 된다.

9시 넘어 시작된 저녁식사에서, 형님은 부담스러웠는지 음식에는 손도 대지 않고 술잔만 기울이고 있었다. 




아주버님과 남편만 둘이 만나 저녁을 먹기로 한 날이었다. 

남편은 두 시간 만에 한숨을 쉬며 들어왔다. 

형이랑 밥 먹는 내내 형수가 계속 전화를 하고 카톡을 했다고, 과하다고 한다. 

다른 사람을 만나는 것도 아니고 동생을 만나러 나간 아주버님한테, 과장 조금 보태어 두 시간 동안 연락이 백번은 온 거 같다고, 형이랑 대화를 할 수가 없었다고.




아주버님 내외와 우리는 가끔 저녁을 먹으며 술 한잔 하곤 했다. 

하지만 그 만남은 나와 남편에게 엄청난 노력이 필요한 자리였다.  

아주버님보다 14살 어린(나보다는 13살 어린) 형님 눈치를 보고 비위를 맞추고 다 받아줘야 했기 때문이다. 아주버님은 항상 말해왔다. 

"14살이나 어린 여자랑 살려면 내가 다 맞춰야지 어쩌겠어."


그게 원인이었을까. 


형님은 아주버님도 자기 아래로 보고,  동생부부인 우리도 자기 아래로 보기 시작했다. 말투부터 아랫사람에게 하듯 했고, 본인의 이야기에 다 맞춰줘야 했으며, 웃음 포인트가 달라도 같이 웃어줘야 했다. 모든 게 직장 상사를 모시는 것 같았다. 그래도 남편과 난 아주버님을 위해 형님을 기꺼이 상사로 모셨고, 최선의 노력을 해왔다. 


그런 만남을 몇 차례 가진 후 여름 캠핑장의 만남을 마지막으로,  아니 캠핑 3주 후, 형님과 난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되었다. 

전쟁의 서막이 된 캠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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