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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의쓸모 Oct 18. 2023

3. 나이 많고 늙고 못생긴 동서

전쟁의 서막_캠핑

아주버님 내외와 캠핑을 다녀온 지 3주가량 지난 무렵이었다. 

점심 먹고 돌아와 부재중을 확인한 후 바로 전화를 걸었지만 형님은 받지 않았다.

형님, 전화했었네요~ 무슨 일 있나요?

13살 어린 형님에게 보내는 친절과 존중을 담은 카톡.

퇴근 후 통화 좀 하자는 답장. 느낌이 쎄하다.




" 언니, **씨한테 얘기 들었죠? "

" 아... 캠핑 때 서운했다는 얘기요? 들었어요. "

" 언니, 여자끼리는 서로 동조해 주고 그런 거 있잖아요. 언니 사회생활하는 사람이 그런 거 잘 모르는 거 같아요."

".... 네? "

" 캠핑 때 언니 술 많이 마신 거 같지 않았는데, 취했던 건지 좀 제 얘기에 동조를 안 해주시더라고요. "

" 음.. 솔직히 얘기할게요. 제 입장에서는 동조하기가 힘들었어요. "

" 언니, 제가 언니 때문에 3주 동안 잠을 못 잤어요!!! "

(이때부터 형님은 소리를 지르며 분노하기 시작했다.)


전쟁의 서막이 열렸다. 


하..... 뒷골이 땅겨온다. 

머릿속이 하얘지며 내가 도대체 뭘 잘못한 건지, 어떤 말실수를 한 건지 생각해 보아도 도저히 떠오르지 않는다. 




형님이 3주 동안 나 때문에 잠을 못 잔 이유는 "본인 이야기에 동조해 주지 않아서" 란다.

내가 동조할 수 없었던 이유는 " 선을 넘었기 때문"이다.




- 오빠는요 흰둥이예요, 제가 기르는 개요. 

- 오빠는요 맞아야 말을 들어요. 오빠가 바지 주머니에 치실을 넣은 줄 모르고 빨래했다가 두 번 돌렸잖아요, 엄청 뭐라고 했는데 다음번에 또 그래서 오빠 엎드려놓고 엉덩이 세대 세게 때렸어요. 그랬더니 두 번 다시 안 그러더라고요.(아주버님은 40 인생에서 그렇게 치욕적인 건 처음이었다고 너무 마음이 힘들었다고 했다)

- 저는 오빠한테 모든 걸 희생하는데 오빠는 내가 다섯 개 얘기하면 한두 개는 안 들어줘요. 다 들어줘야 하는 거 아니에요? 

- 오빠는요 집에 오면 아무것도 안 해요.(음식도, 요리도, 빨래도, 청소도 본인 성에 안 차서 안 시킨다고 해놓고 고 아주버님이 아무것도 안 한다고 투덜거린다.)

- 언니~ 우리 남편 바꿔요! 남편 바꾸면 안 돼요? (농담이랍시고 저런 멘트를 날린다.)

- **씨(서방님이라 부르기 싫다고 내 남편 이름을 부른다)는 키도 크고 옷도 잘 입고(본인기준) 너무 멋있다. 언니한테도 자상하고. 오빠는 왜 그래?

- 아주버님이 " 난 **이만 있으면 돼~" 했더니 " 꼴값 하네"

- 우리 남편이 " 난 **이만 있으면 돼~" 했더니 " 어머나~ 스윗해~"


1박 2일 아주버님 욕을 계속하고, 투덜거리는데 듣는 시동생부부인 우리는 정신적으로 너덜너덜 해졌다.

남편은 말이 없어지고, 나는 어떻게든 맞추려 돌려 돌려 얘기한다는 게 형님에게는 기분이 나쁜 일이었다.


" 형님, 그러면 빨래를 아주버님한테 맡겨요. 더럽게 하든지 말든지 마음을 내려놔요~"

" 형님, 아주버님한테 청소며 설거지며 하라고 하고 놔둬버려요. 하다 보면 늘잖아요~"



통화로 다시 돌아가자.


형님은 소리를 지르며 따지기 시작했다. 


"언니! 나이 많고 늙고 못생겨서 나한테 자격지심 있어요!!???"


아니, 지금 내가 무슨 소리를 들은 거지? 

이게 미쳤나? 


" 언니! 내가 언니보다 윗사람인 거 알죠? 시댁에서든 어디에서든 만났을 때 선 넘는 발언 하면 저 가만히 안 있을 거예요!!!" 


머리가 하얘지고 손이 떨려 나도 언성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내가 왜 이런 소리를 들어야만 하는 건지, 아무리 형님이어도 제정신인가.

나를 이렇게나 만만하게 봤구나. 

형님아, 너랑은 끝이다. 


"언니! 나이 많고 늙고 못생겨서 나한테 자격지심 있죠!!???"


저 멘트를 또 한 번 날리고 전화는 뚝. 끊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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