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님과 동서 사이
첫 만남은, 아주버님 생일날이었다.
아이가 넷인 우리는 약속시간인 7시보다 한 시간 일찍 도착해 저녁 먹을 준비를 했다.
차려놓고 기다려도 올 기미가 없다. 7시, 7시 반, 언제쯤 오냐고 물어보니 좀 늦는단다...
8시, 8시 반...
하.... 아이들은 배고파해서 진작 저녁을 먹여놓고 하염없이 기다렸다.
언제쯤 오냐고 하니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곧 도착한단다....
9시 좀 넘으니 들어온다.... 추리닝을 입고.
두 시간이나 늦은 이유는,
첫째, 형님이 발이 아파 아주버님이 퇴근한 6시 이후에 같이 병원을 다녀왔기 때문이란다.
둘째, 빈손으로 오기 뭐 해 선물을 사 왔기 때문이란다.
아니, 아니, 아니!!!!
걷지 못할 정도로 아픈 게 아닌데 낮에 혼자 병원 못 다녀오나?
출근한 것도 아니고, 쉬는 날이라 하루종일 집에 있었다면서요....
그리고 선물을 가져오는 건 좋은데, 약속시간이 7시인데 굳이 그때 사러 가야 하는 건가?
와... 내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해보려고 해도 이해가 안 된다.
9시 넘어 시작된 저녁식사에서, 형님은 부담스러웠는지 음식에는 손도 대지 않고 술잔만 기울이고 있었다.
아주버님과 남편만 둘이 만나 저녁을 먹기로 한 날이었다.
남편은 두 시간 만에 한숨을 쉬며 들어왔다.
형이랑 밥 먹는 내내 형수가 계속 전화를 하고 카톡을 했다고, 과하다고 한다.
다른 사람을 만나는 것도 아니고 동생을 만나러 나간 아주버님한테, 과장 조금 보태어 두 시간 동안 연락이 백번은 온 거 같다고, 형이랑 대화를 할 수가 없었다고.
아주버님 내외와 우리는 가끔 저녁을 먹으며 술 한잔 하곤 했다.
하지만 그 만남은 나와 남편에게 엄청난 노력이 필요한 자리였다.
아주버님보다 14살 어린(나보다는 13살 어린) 형님 눈치를 보고 비위를 맞추고 다 받아줘야 했기 때문이다. 아주버님은 항상 말해왔다.
"14살이나 어린 여자랑 살려면 내가 다 맞춰야지 어쩌겠어."
그게 원인이었을까.
형님은 아주버님도 자기 아래로 보고, 동생부부인 우리도 자기 아래로 보기 시작했다. 말투부터 아랫사람에게 하듯 했고, 본인의 이야기에 다 맞춰줘야 했으며, 웃음 포인트가 달라도 같이 웃어줘야 했다. 모든 게 직장 상사를 모시는 것 같았다. 그래도 남편과 난 아주버님을 위해 형님을 기꺼이 상사로 모셨고, 최선의 노력을 해왔다.
그런 만남을 몇 차례 가진 후 여름 캠핑장의 만남을 마지막으로, 아니 캠핑 3주 후, 형님과 난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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