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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의쓸모 Oct 21. 2023

9. 며느리는 서운합니다(3)

세 번째 이야기

명절이면 시댁에 두 번씩 갔다. 10년을 꼬박. 매주마다 가는 건 덤이고.

시댁과 친정은 언덕하나만 넘으면 되는 거리이다. 

한 번에 두 곳을 갈 수 있다는 장점은 단점이기도 했다. 명절에는 특히.


우리는 보통 전날 시댁에 가서 저녁을 먹고 놀다가 자거나(5년 정도까지는 잤다) 집에 와서 자고 다음날 아침 다시 시댁에 갔다. 점심즈음 언덕하나 넘어 친정에 가면 4~5시쯤 아버님으로부터 연락이 온다. 고모님들 오셨는데 언제 오냐고. 친정에 왔으니 못 간다고 해도 온다는 대답이 나올 때까지 연락을 하셨다. 남편이 전화를 안 받으면 나에게 하셨고, 어쨌거나 우리가 갈 때까지 연락을 하셨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다시 짐을 싸 시댁으로 향했다. 오늘은 다시 안 오겠다고 말씀을 드리고 집을 나서도, 고모님들이 오시는 시간이면 어김없이 연락이 왔다. 

 

친정에도 나의 고모들과 사촌 언니들이며 오빠들이며 다 오는데, 그 와중에 나는 다시 시댁으로 가야 했다.  

나도 자주 못 봐 서운한 가족들이 있는데, 왜 꼭 시댁식구들만 봐야 하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시부모님의 고집을 꺾기 힘들었기에 어쩔 도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명절에 시댁으로 다시 가지 않은 건 만 10년을 채우고 끝이 났다. 

전날에 가지 않은 것도.

아주버님이 결혼해서 형님이 들어오면서 갑자기 모든 게 변했다. 


결혼 후 처음 맞이하는 명절에 아주버님과 형님은 점심즈음 시댁을 나서며 피곤해서 낮엔 좀 쉬고 저녁에 친정으로 간다고 했다. 시부모님은 그러라며 가서 잘 쉬라고 배웅을 하고 들어오셨다. 집을 나서는 우리에게도 처가에 갔다가 집에 잘 가라고 하셨다. 


난 10년간 그렇게 왔다 갔다 했는데, 형님에게는 애초에 다시 오라는 말도 꺼내지 않으시다니. 아들보다 14살이나 어린 며느리를 들이면서 이렇게나 눈치를 보시는데 너무 억울하고 화가 났다. 물론 시부모님 입장에서는 그러실 수 있지만, 나에게 하시는 것과 너무나도 비교가 되었기에 내 마음에는 서운함이 쌓여만 갔다. 



나: 어머님, 저요 10년 동안 명절에 한 번도 빠짐없이 두 번씩 왔다 갔다 했어요. 그런데 왜 형님한테는 오란말도 안 하시는 거죠? 

어머님: 어머어머, 너 그런 거까지 비교하니? 나는 어떻게 살았는지 알아? 



그래, 비교하는 내가 또 잘못이다.

난 입을 다물어버렸다. 내가 이야기하는 모든 것들은 모두 다 내 잘못이기 때문이다. 

이제 난 시부모님께 언성을 높인 막돼먹은 며느리가 되었고, 10년간 했던 나의 노력은 모두 물거품이 되었다. 어느 것 하나 이해받을 수 있는 게 없었다. 


형님은 나에게 막말을 해도 보듬어주자고 하시고는, 10년 간 노력해 온 나에게는 서운함도 너 잘못이라고 보듬어주지 않는 어머님께 나는 마음의 문을 완전히 닫아 버렸다. 

그렇게 서로 마음이 상한 채로 2주가 흘렀다.

그 사이 난 코로나에 걸려 호되게 앓았고 후유증으로 이석증이 와서 앉아있기도 힘든 상태였다.  

몸은 아파도 아이들 넷을 챙겨 등교등원시켜야 했으며, 출근을 해야 했기에 감정은 내려놓은 채 하루하루를 버티듯 보내고 있었다. 


몸도 마음도 점점 시들해져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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