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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의쓸모 Oct 22. 2023

10. 고집

분노와 죄책감 사이

남편과는 몇 번의 다툼이 있었지만 민감한 부분이었기에 서로 조심했다. 어머님의 마음도 나의 마음도 이해가 되지만 꼭 이런 이런 식이어야 하나 하는 게 남편의 생각이었다. 나도 알고 있다. 형님이 발단이 된 사건에서 내가 뒤집어엎어버린 꼴이라는 걸.


언제든 터질 일이었다고. 타이밍이 안 좋았을 뿐이라고. 괜찮다고. 나 잘해왔고, 잘하고 있다고.

스스로를 다독였지만 어머님께 언성을 높였다는 죄책감은 마음을 괴롭게 했다. 

아버님께서 보내신 장문의 카톡_이름은 블러처리


카톡이 왔다. 

그 어떤 연락도 받고 싶지 않았고, 시간을 가지고 싶었다.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고 마음을 내려놓을 시간이 필요했다. 제발 나 좀 내버려 뒀음 했다. 마음을 담은 아버님의 메시지는 가라앉힌 마음에 다시 불붙게 하는 글자일 뿐이었다. 한 번 뒤집힌 마음을 좀처럼 제자리로 돌이킬 수 없었다. 


"도를 넘었다는 것 ", "며느리의 도리"라는 글자에만 꽂혀 아버님의 마음을 헤아리고 싶지 않았다. 

난 조선시대 며느리도 아니고 고생만 하고 사신 친정엄마, 시어머니처럼 살고 싶지 않았다. 


남편은 중간중간 시부모님께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씀드렸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나를 향한 비난이었다. 어머님도 아마 나처럼, 한번 틀어진 마음이 굳어져 당신 마음이 옳다고 고집을 부리시는 것 같았다. 


10년 동안 시부모님으로 인해 힘든 것도 있었지만 또 좋으신 분들이었기에 죄책감과 괴로움이 따랐다.  

그래 추석까지 2~3주 남았으니 그때까지 마음을 좀 풀어보자. 마음을 다잡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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