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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시간 체육잘하는 학생에 대한 우리의 시선

우리는 체육을 잘하는 학생을 어떻게 보고 있나요?

by 영인



안녕하세요 영인쌤입니다.

오늘은 개인적인 생각을 적어보려 합니다.

어제까지 충북단재교육연수원에서 초등1급정교사 자격 연수에 체육과목 강사로 참여했습니다.

많은 선생님들을 만났고, 체육 수업에 나눌 수 있는 좋은 시간과 경험이 되었습니다.

연수를 준비하고 진행하며 생각한 내용에 대해 적어보려 합니다.



체육시간 체육잘하는 학생들에 대한 선생님의 시선



체육시간에 운동을 잘하는 학생들을 교사는 어떤 시선을 가지고 보는지 생각해보았습니다. 우선 생각해 볼 것은 체육을 잘하는 학생들의 특성입니다.



"활발하다. 활동적이다. 친화적이다. 사회성이 좋다." 등의 좋은? 표현과

"장난이 심하다. 승부욕이 너무 심하다. 활동에 목숨을 건다" 등의 부정적인 표현이 떠오릅니다.


다음은 교사의 입장입니다. 체육을 잘하는 학생들에 대해 교사는 다음과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지는 않은지요?


운동을 잘하는 것은 타고난 선천적인 기질인데,
그 사실을 너무 부각하지말고, 기능이 부족한 친구들을 도우면서
배려와 협동의 가치를 느끼는 것이 더 중요할 것 같아.



순화한 표현으로 '부각하지 말고'라고 썼습니다. ㅋㅋ 좀 더 노골적으로 표현하면 "운동 잘하는 것 잘난체 말고" 라고 읽으셔도 됩니다. 어떤가요? 교사들의 마음에 위와 같은 마음이 없을까요?



한가지 예시를 들어보려 합니다. 4학년 학생인데, 영어를 엄청 잘하는 학생이 있습니다. 부모님의 직업으로 인해 어린시절 미국에서 1년간 생활을 했다고 합니다. 영어실력은 이미 선생님을 앞서고 있습니다. 이런 학생을 볼 때 교사는 어떻게 생각하나요?




해외 살다와서 영어잘하는게 뭐가 대단해?
잘난체 하지 말고 영어를 배우는 옆 친구들 도와주면서
배려와 협동의 가치를 배우는 것이 중요하지.




라고 생각하는 교사는 별로 없을 것입니다. 위와 같은 예시에서 "영어를 잘하는 것" 은 학생의 노력으로 인함인가요? 아니면 주어진 환경이 좋았기 때문인가요? 물론 학생 스스로가 노력한 부분도 있겠지만, 제가 드리는 답은 환경적 요인이 훨씬 크다는 것입니다. 체육을 잘하는 것과 영어를 잘하는 것. 왜 체육은 천덕꾸러기 신세, 영어는 칭찬받는 상황이 만들어지는 것인가요?



2. 체육과 교육과정, 신체활동가치 중심의 교육과정



위와 같은 생각이 2007 체육과 교육과정에 엄청 반영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신체활동이 중심이 아닌 신체활동가치가 중심이 되는 교육과정 말입니다. 건강, 도전, 경쟁, 표현, 안전 (처음에는 여가였지요.) 이라는 가치를 배우는 체육과 교육과정이 등장했습니다. 얼핏 보면 굉장히 좋은 것 같습니다. 학생들이 신체활동을 통해 사회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덕목을 배운다는 것이니까요.



여기서 문제점은 신체활동 자체가 연성화된다는 것입니다.



1. '경쟁'이라는 가치를 느껴보고 배울 수만 있다면 축구 비슷한 놀이만 하면 성취기준을 달성한다는 것입니다. 진정한 축구를 해보는 것이 아닌 영역만 나누고 발을 활용해서 패스하고 이동해보고 골을 넣어보면 끝인 것입니다.



2. 저는 인사이드 패스 반복연습, 인사이드 드리블 반복 연습, 인스텝 슈팅 반복 연습 이라는 지루하지만 꼭 필요한 과정을 거치고 프로 스포츠와 같은 축구를 경험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초등학교 과정에서는 1과 같은 방식으로 수업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과연 2처럼 운영하는 것은 체육이 아닌 것일까요? 오히려 진짜 체육에 더 가까운 모습은 아닌지요?



수학교과와 비교해보겠습니다. 구구단이라는 학습내용이 있다고 생각해봅시다. (구구단을 직접적으로 외우는 것은 교과서에 제시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뛰어세기 등으로 제시되는 것 같지만요.) 구구단을 잘 외워서 우리반에서 구구단 왕에 등극한 학생입니다. 선생님은 이 학생을 칭찬하고 "우리반 구구단 왕" 이라는 타이틀을 부여해 주시지요 :) 구구단을 잘 외워서 시험을 잘 치는 것은 수학과에서 칭찬받을 일인가요? 수업을 열심히 잘 들은 것이고 학생이 노력한 것인가요? 이 부분에서 우리는 그렇다고 고개를 끄덕입니다.



체육수업에서 비슷한 장면을 생각해봅시다. 달리기 수업입니다. 학급에서 1등하는 학생이 "내가 우리반에서 제일 빨라" 하며 기뻐합니다. 다른 친구들에게 "너 보다 내가 빨라"라며 환호하기도 하지요. 이 때 교사는 어떻게 생각하나요? "너무 잘난체 하지 말고 친구들을 배려하는 마음을 배워야지"라고 생각하지는 않나요?



수학이라는 교과에서 구구단을 잘하는 것. 체육이라는 교과에서 달리기를 잘하는 것.



왜 차이가 있나요?



체육교과에서 신체활동 자체에 대해 더 열심히 가르치고 체계화하는 것이 체육교과의 정당성을 확보하는데 더 좋은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평생체육을 위해서도 초등학교 시절에 체계적인 운동을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중학교와 고등학교, 성인이 되어가며 스포츠를 배우고 생활스포츠인이 되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사회에서 요구합니다. 하지만 왜 초등학교 체육수업에는 평생체육의 기틀을 마련하려는 방향(체계적으로 운동을 배우는 것)보다는 놀이나 활동을 통해 신체활동가치만 체험하고 넘어가고 있는지 아쉽습니다.



구구단을 외우고, 두 자리 수 곱셈을 하고, 방정식을 풀고, 함수를 그래프로 표현하고 처럼 계열성을 가지고 교과가 운영된다는 기본 방향이 있다면, 체육과도 이런 모습을 보여야하지 않을까 생각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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