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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영석 Nov 17. 2019

건축전공자의 소소한 바람


Louis Kahn said that ‘A city is a place where a small boy, as he walks through it,

may see something that will tell him what he wants to do in his whole life.’


"도시는 소년이 그 속을 거닐면서 자기가 일생동안 무엇을 하는 것이 좋은지, 

그 교시를 찾아볼 수 있는 장소이다.”


외국 대학 석사과정에 지원하며 써냈던 에세이에 인용한 건축가 루이스 칸의 문장이다. 

침묵과 빛의 건축가라고 불리며 시처럼 아름다운 건축물을 세상 곳곳에 남겨둔 건축가가 벽돌에게 무엇이 되기를 원하는지 묻고 답했던 질문과 대답이 얼마 전 서울 서소문 성지 역사박물관의 한 공간을 마주하는 순간 떠올랐다. 공간은 예배당을 돌아 긴 램프를 통해 지하 공간으로 내려가게 되어 있었는데 지하는 내부로는 어둡고 경건하며 거대한 공간이 그리고 외부로는 사면이 벽돌로 둘러 쌓인 사각형의 넓은 광장이 펼쳐져 있었고 나는 그 광장에서 건축가 루이스 칸이 벽돌과 나눴던 유명한 대화가 떠오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건축가 고 정기용 선생님은 “길을 의미 깊은 그림일기라고 부르는 이유는 어떤 길목에서 할아버지가 보던 풍경을 똑같이 아버지가 바라보았고, 나 또한 같은 풍경을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라고 말씀하셨다.


장소는 개인의 서사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지만 시간이라는 거대한 역사를 품고 있는 곳이다. 서소문 역사 공원을 다녀와서 나는 조심스럽게 바라건대 건축이 만들어내는 풍경이 우리 안의 지도가 될 수 있다면 좋겠다. 그리하여 나를 포함한 많은 소년과 소녀들이 건축이 무엇이 되기를 원하였는지 그리고 그 안에서 우리는 무엇을 하는 것이 좋을지 곰곰이 생각해볼 수 있다면 그것은 그것대로 참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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