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통거리며 튀어 다닐 조카도
있는 힘껏 반대 방향으로 제 아빠 손을 잡아 끈다. '시져, 아니' 알고 있는 부정의 단어들을 내뱉지만, 아빠는 끌려가 주질 않는다. 결국 포기하고 이모 품에 안기지만, 어린이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에 울음을 터트리기 직전이다.
"선생님이네, 안녕하세요- 해야지."
평소에는 선생님을 보면 손을 잡고 어린이집에 들어선다던데, 오늘만은 예외다. 쪼그려 앉은 이모의 어깨에 고개를 푹- 파묻고는 칭얼거림이 이어진다. 원장선생님은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이름을 여러 차례 불러보지만, 조카는 미동이 없다. 그러다 담임 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리니 그제야 고개를 빼꼼 들어 올린다.
"이리 와, 선생님이 안아 줄게-"
볼을 잔뜩 부풀린 채, 입을 뾰족하게 세운 채로 선생님 품으로 가 안긴다. 잔뜩 불만이 쌓인 인사에 안쓰러운 웃음만 새어 나온다.
"그래도 선생님 품에 잘 안긴다. 선생님이 많이 예뻐해 주시기는 하나 봐."
"아마 전문가의 능력 아닐까요?"
어깨에 닿았다 떨어진 감촉이 아쉽다. 안길 때마다, 가고 싶은 방향으로 몸을 쭉 빼느라 품에 고개를 푹 파묻어본지도 오래되었는데. 이모도, 아빠도. 더 품에 안고 놀아주고 싶은데, 그러지 못해 미안해- 부득이하게 제부에게 부탁해야만 하는 일이 있어, 오랜만에 함께 등원을 시키는 날이다.
자동차의 RPM이 통통 튄다. 정속 주행을 하다 걸리는 느낌과 함께 RPM이 살짝 솟구치고선 제자리로 돌아온다. 빨리 정비를 받으러 가는 것이 정답이었지만 연휴가 걸린 탓에 며칠이나 뒤로 미뤄져 버린 일정이다. 다만, 운전은 하지만 자동차에는 문외한이라 가서 설명을 들어도 이해할 자신이 없다. 덕분에 제부에게 정비소 동행을 부탁한다.
"누나, 그거 00 나간 거면. 새 걸로 바꾸면 차 한 대 값, 중고여도 300은 들던데."
처음 남동생에게 조언을 부탁했을 땐, 무시무시한 말이 튀어나왔다. 이름조차 기억나지 않는, 내게는 생소한 부품 하나가 고장 났을 때 그런 증상이 나타난다던데, 비싸디 비싼 수리비를 지불했다는 주변 이야기를 함께 전해준다. 야, 그 정도면 그냥 중고차 새로 한 대 사는 게 더 나은 거 아냐? 남동생이 그 이야기를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것을 보니, 장난 삼아 건넨 이야기는 아닌 모양이다.
"미션오일 교체시기에도 그래요. 근데 그거도 2-30만 원은 들 텐데...."
2-30만 원도 싸지는 않지만, 적어도 남동생의 말에서 0 하나가 빠진 값이다. 처음부터 무시무시한 가격을 들은 탓인지, 30만 원만 나오라는, 조금은 모순적인 소망을 품게 된다. 백단위로 껑충 튀어 오르던 가격을 듣지만 않았어도, 조금 더 적은 가격을 빌게 되었을 텐데.
정비소에서 여러 차례 전화가 걸려온다. 큰 이상이 없다는 말고 함께, 공기조절밸프 청소를 해 보고 계속 이상이 있으면 그때 다른 검사들을 할 것을 제안한다. 그 외에도 여러 가지 점검하며 가볍게 수리를 했다는데, 봇물처럼 흘러들어오는 정보에 정신없이 대답만 하다 통화가 끊긴다. 그저 큰 이상이 없다는 사실 하나만을 이해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타이어 펑크 수리, 주간 주행등 전구 교환, 여기저기 긁고 다닌 탓에 덜렁거리던 휠가드를 정리하고 쇼바스프링까지 자잘한 점검과 수리에 대한 내용이 종이에 빼곡히 적혀있다. 결제 비용은 47,000원. 무시무시한 가격들 뒤에 들은 탓인지, 가볍게만 느껴진다. 지레짐작으로 인한 불안감이 드디어 해소된다. 역시 전문가에게 맡기는 것이 정답이다.
"어린이집에서 잘 놀았대. 걱정 안 해도 돼."
걱정이 사라진 이후에, 칭얼거리며 품에 안겼던 조카의 모습이 떠올라 여동생에게 연락을 해 본다. 칭얼거리는 조카를 달래주는 것이 요즘 더 힘들어지던데. 제부의 말대로 전문가의 능력일까. 밝게 웃으며 이리저리 통통 튀어 다닐 녀석의 모습이 보고 싶어 진다.
통통거리는 조카, 통통거리던 RPM. 전문가의 힘을 느끼며 미소로 마무리하는 하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