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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모기 탓이야!

모기와의 사투

by 연하일휘

붉은 자국들이 부풀어 욱신거리는 통증이 느껴진다. 여러 줄로 그어진 줄들은 붉은 기만 남긴 채 가라앉을 수도, 혹은 흠집이 되어 상처로 남을 수도 있다. 이런 통증이라면 자다 깰 법도 한데, 늘 아침이 되어서야 발견하고 만다. 간밤에 모기들의 파티가 벌어진 이후, 내게 남은 흔적들이다. 한 번 잠들면 깊게 잠이 들어 알람소리조차 들리지 않는다. 그 깊은 잠은 모기에 물려 무의식적으로 상처가 날 때까지 긁어대는 행동까지 깨닫지 못하게 만든다.


제멋대로 찾아오는 불면증은 평균 수면시간을 줄이고 말았다. 평균 5시간 내외의 수면시간은 하루동안, 생활의 질을 떨어트린다. 그래도 5시간이면 양호하다. 스트레스를 받을 적이면, 4시간 내외로 줄어드는 수면은 몸 곳곳에 그 후유증을 남겨버린다. 고3 때부터 시작된, 꽤 오래된 불면증과 적당한 타협을 하며 살아간다. 문제는 이제 노화의 흔적이 드러나는 시기인 덕분인지, 수면이 부족하면 몸 곳곳에서 비명을 질러댄다. 그래서 요즘 잡은 목표 첫 번째. 수면시간을 7시간으로 늘리기. 야심 찬 계획을 세웠건만, 슬슬 등장하는 모기들이 가장 큰 방해물이다.


Pixabay



부기가 가라앉으며 상처가 난 곳에 연고를 바르고 슬슬 바람을 쐬어준다. 반창고를 붙이면 편하겠지만, 더워지기 시작하는 요즘에는 적당히 통풍이 되어야 빨리 낫는다. 이 와중에 눈앞에 모기 한 마리가 벽에 착 달라붙어 있다. 조심스레 전기 모기채로 탁. 티딕-하는 소리가 탄내와 함께 모기 한 마리를 처리한다. 너 때문에 변태가 되어가는 것 같아. 작은 생명을 태워 없애면서 작은 즐거움이 느껴진다. 잠이 들기 전에 모기와의 사투를 벌이는 탓이다.


피곤함에 이불 위로 쓰러져 잠이 들기 시작할 찰나에, 간지러움에 깨어난다. 팔뚝, 다리, 발바닥이나 발가락까지. 간지러움을 참지 못하는 나로서는 모기에 물리면 잠에 들지를 못한다. 가려운 부위를 긁으며 불을 켜면, 피를 빨아먹던 녀석들이 그새 사라져 있다. 전기 모기채를 들고 커튼을 툭툭, 옷장의 옷들을 툭툭- 그럴 때마다 한 두 마리씩 포르르 날아드는 녀석들을 잡아챈다. 눈치 빠른 녀석들은 천장, 그것도 전등 근처로 도망을 쳐 놓치기도 하지만.


강아지 밥그릇과 물그릇을 거실로 내놓고, 강아지도 잠시 쫓아낸 뒤에 모기약을 뿌린다. 분명 '무향'이라 적혀있지만 스프레이 특유의 그 향이 영 불편하다. 창문을 열고 창틀에도 잔뜩 뿌려 놓는다. 효과가 있을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집 안으로 더 들어오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그제야 강아지가 들어올 수 있도록 해 보지만, 녀석도 스프레이 냄새가 싫은 듯 향이 사라질 때까지 거실에서 움직이질 않는다. 거실이랑 화장실에도 뿌려야 하는데. 결국 함께 거실에 쪼그려 앉아 냄새가 빠질 때까지 쓰다듬의 시간을 갖는다.


매년마다 전기모기약을 고민만 하다 여름이 지나간다. 돌돌돌 줄이 말리는, 납작하고 네모난 작은 모기약을 넣어 쓰는 기기는 있다. 문제는 그 녀석이 나와 맞지 않는 건지, 방안에 켜 놓으면 그 특유의 냄새에 기침을 하다 꺼 버리고 자는 것도 일쑤. 콘센트에 끼워 쓰는 액체형 모기약은 또 다를까. 할머니가 쓰던 기기를 써 봤었지만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해 버려진 지 오래다. 너무 오래된 것이었나. 요즘 나온 애들은 또 다르려나. 강아지를 쓰다듬으며 쇼핑몰을 둘러보다 방으로 들어선다.


모기채를 들고 다시 방 안 이곳저곳을 둘러보지만, 토벌이 된 모양이다. 잠들기 전마다 모기와 사투를 벌이고 나면 잠이 다 깨 버린다. 자려고 누워서 이리 뒹굴, 저리 뒹굴. 오지 않는 잠을 청하는 것은 괴롭다. 누워서 눈을 감고, 30여분 정도를 버티다 보면 이내 두통까지 찾아온다. 잠이라는 것이 스트레스로 다가오는 순간이다.


이리저리 뒤척이는 누나가 불편했는지, 옆에서 잠들었던 강아지 얼굴로 슬금슬금 올라온다. 핥지 마아- 따스하지만 축축한 녀석의 혀가 닿자 품에 쏙 안아 버린다. 도망가려 하다가도 포기한 듯, 내 팔에 턱을 괸 채 자려는 자세를 취한다. 시간을 보니 벌써 새벽 2시 30분. 작은 한숨을 쉬며 강아지를 쓰다듬는다. 짧아진 털이 까끌거리며 손바닥에 닿는 느낌이 좋다. 팔이 아파 잠시 쉴 때면 촉촉한 코가 와닿는다. 그렇게 어느 순간 잠 속으로 조용히 빠져든다.


전날 토벌이 성공적이었나 보다. 오늘은 상처자국이 남아있지 않다. 다만 자고 일어나도 부족한 잠에 몸이 축 늘어지고 만다. 책상에 앉아 수업준비를 하는 시간, 벽에 모기 한 마리가 앉아 있다. 전기모기채로 치고 난 뒤, 타닥거리며 작은 불꽃이 일어난다. 이런 일들에 희열을 느끼면 안 되는데. 이건 다 모기 탓이다. 내 피곤도 다 네 탓이야!




[메인 이미지 출처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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